닫기

[기자의눈] ‘나의 법저씨’ 한동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630010017601

글자크기

닫기

김임수 기자

승인 : 2022. 07. 01. 06:00

'팬덤화'로부터 스스로 경계해야
김임수
사회부 김임수 기자
5월 17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는 느닷없는 꽃길이 펼쳐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지지자들의 꽃바구니였다. “한동훈 사랑합니다” “얼굴 천재” “영원히 덕질” 등 바구니에 달린 문구들은 흡사 K-POP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향해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며 응원하는 광경의 ‘정치판’인 듯했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나의 법저씨”라는 문구였다. 2018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남자주인공 이름인 ‘동훈’에 착안한 위트 있는 문구였다. 이 드라마에서 동훈은 자신을 회사에서 내쫓기 위해 휴대폰 ‘불법감청’을 하는 여자주인공까지 품어 안으며 “편안함에 이르렀나”고 묻는 캐릭터다. 불의에 눈감지 않고 약자에 연민하며 외향마저 꼰대스럽지 않은 드라마 속 동훈과 한 장관의 교집합이 적지 않다는 찬사인 셈이다.

분명 ‘덕후’적 관점에서 한 장관은 법조계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빈티지 시계를 차고 셔츠 칼라 핀을 이용할 줄 아는 출근길 패션부터 취임 이후 “문건 작성 시 ‘님’자 호칭을 빼라”, “장관 출장 시 ‘1등석’ 잡지 말라”는 지시들은 파격적이라는 수식이 따른다. ‘한 장관이 엘레베이터를 잡아주고 먼저 이름을 물었다’는 블라인드 글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쇼미)> 지원자들이 입을 법한 ‘I’사 후드티를 입은 ‘사복 패션’은 젊은 세대마저 뒤돌아보게 만든다.

세대를 불문해 팬덤이 생긴다는 것은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팬덤’은 쉽게 내 편과 적을 가르고 스스로 도취되기 쉬운 길로 안내한다. 취임 한 달 반 동안 쏟아지는 한 장관에 대한 성찬에는 이러한 위험이 도사린다. “검사는 나쁜 놈만 잘 잡으면 된다”는 한 장관의 ‘사이다 발언’은 팬덤을 열광케 하지만 자신과 반대 세력을 ‘나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선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한국의 장관직이 정치가인가 행정가인가는 해묵은 논쟁거리이지만 한 장관을 향한 응원은 어쩐지 전자를 부추긴다. 법무부 장관은 실력이 부족한 지원자를 불구덩이에 집어넣는 ‘쇼미’ 심사위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의 사각지대를 좁혀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을 편안함에 이르게 하는 행정가여야 한다. 한 장관이 자신을 둘러싼 ‘팬덤화’를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임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