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스택’ 골머리 현대차, 엔진으로 수소차 대중화 시대 열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907010004400

글자크기

닫기

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09. 07. 17:23

현대차-한국기계연구원, 세계 최고수준 ‘수소 엔진’ 개발
수소연료전지차 아닌 수소내연기관차 연구성과라 주목
상용차 중심, 양산 선언 이어질 지 자동차 업계 관심
basic_2022
현대차그룹이 정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과 세계 최고수준 수소엔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하면서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기존 넥쏘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에 적용했던 '수소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가 아닌 엔진이 들어가는 '수소내연기관차' 기술 개발에 나선 건 아직 완전치 못한 '스택(Stack)'의 기술적 난제를 풀 시간을 벌고, 한편으론 수소차 가격을 낮춰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연기관차시대 엔진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생 전기차업체와의 경쟁에서 기술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7일 기준 온라인 판매몰에서 넥쏘용 연료전지 스택 컴플리트(35605M5000)는 약 5200만~5600만원 정도의 가격대로 형성 돼 있다. 일개 자동차 부품 하나의 가격이 왠만한 차 1대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각종 보조금을 제외한 넥쏘 1대 값이 6950만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얼마나 고가인 지 가늠할 수 있다.

값비싼 스택의 내구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현대차그룹이 수소내연기관차를 꺼내든 첫번째 이유로 지목된다.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스택은 순수한 물만 배출하게 해주는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다. 워낙 고가인데다 계속되는 내구성과 안정성 이슈는 차를 파는 현대차로서도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중 잦은 무상수리의 대상이고, 울컥이는 문제로 전량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수소경제 선순환의 핵심인 수소 소비를 확산하는 데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두번째 배경이 있다. 고가의 스택이 빠지고 기존의 내연기관 엔진과 값이 비슷한 수소엔진이 장착되면 수소차 값은 대폭 떨어진다. 수소차 확대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 탈탄소엔진리서치랩과 엔진 기술을 공동 개발한 최 영 한국기계연구원 모빌리티동력연구실장은 "수소엔진은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스택 대비 가격이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유럽 환경규제에도 충족할 만큼 친환경적"이라고 전했다. 최 실장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가솔린 차량으로 치면 GDI(가솔린 다이렉트 인젝션)와 유사하다. 고압으로 수소를 뿌려 더 잘 연소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출력은 기존 대비 2배 더 세지고, 열효율은 40%까지 개선한다.

양산까지 이어질까. 업계에선 물론 현대차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승용차에선 아직 계획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게 잘 성장 중인 전기차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대신 전기차가 해결하지 못하는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차에 적용하는 부분은 상용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실장은 "현대인프라코어와 현대차 등도 이미 여러 곳과 손 잡고 수소내연기관 상용차 엔진을 개발하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직접분사식 수소엔진'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수소엔진을 장착한 상용차는 이미 해외기업들도 어느 정도 개발 중에 있다"며 "누가 먼저 양산을 선언하느냐는 각 회사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방향에서 배터리 등 다른 방식 대비 더 저렴하게 기후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인 건 확실하다"고 했다.

물론 수소전기차와 비교해 단점도 있다. 최 실장은 "효율은 스택 보다 조금 떨어지고, 엔진오일이 들어가다보니 입자성물질 같은 게 나오면서 친환경성에서도 불리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아직 대량 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수소연료탱크 값도 비싼 편"이라고 했다.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엔진을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끝까지 내연기관을 가져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엔진 경쟁력을 갖고 있던 완성차업체로선 내연기관시대의 끝을 더 연장 시키고 싶을 수 있다"면서 "내연기관차를 일부 개조해 출시 한 예전 LPG 개조차처럼, 수소엔진도 내연기관 기술력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실패할 거라 봤던 테슬라가 결국 정통 완성차업체들을 밀어내고 전기차를 만들어낸 것을 봐라. 현재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를 만들어 내면 완성차 정통차 업체들과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완성차업체들이 느끼고 있을 위기감을 전했다.

오는 13~15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현대차·포스코·한화 등 국내 수소 관련 대표기업과 글로벌 수소업계 리더, 전문가 등이 참여해 비전을 공유하는 'H2 MEET'이 역대 최대규모로 개최된다. 수소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로, 수소 엔진이 조명을 받을 지도 관심사다.
최원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