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진국 수준의 공매도 제도 개선안 마련하라

금융감독원이 수백억원대 불법 공매도를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을 최초로 적발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누리는 투자기법이다. 일부 해외기관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를 악용해 '개미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주범으로 꼽혀 왔다. 개인투자자 5만여 명은 지난 12일 공매도 전산화, 외국인 투자가에게 무제한 허용한 공매도 상환기간 3개월 제도화 등 공매도 제도개선 관련 국회 청원을 마쳤다고 한다.

공매도 거래는 국내 증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불법 공매도 적발 건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공매도 거래대금은 현재 147조6428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143조6913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불법공매도 위반으로 적발·제재된 174건 중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올해 위반자 27명 중 19명에 달하는 70%는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28명 중 25명, 2021년엔 14명 중 14명 등 외국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번 조사를 통해 금융당국은 글로벌 IB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거액의 불법 공매도를 저질렀음을 밝혀냈다. 일부 국내증권사와 사모펀드 등이 연계돼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미국과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와 가혹한 형사처벌 등 일벌백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이 미미하고, 형사처벌 사례도 없어 불법 공매도가 급증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글로벌IB가 장기간 수많은 종목에 대해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자행해왔음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매년 늘어나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엄중한 처벌을 하는 동시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판받는 현행 공매도 제도에 대한 대대적 개선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