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파묘’ 천만...한국 오컬트 영화 새역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25010013913

글자크기

닫기

이다혜 기자

승인 : 2024. 03. 25. 08:31

장재현 감독, 한우물 판 성과
파묘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오컬트 영화 최로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제공=쇼박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32번 째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며, K-오컬트의 새 역사를 썼다. 이는 오컬트 장르만을 고집해 온 장 감독의 피, 땀, 눈물의 결과이다.

◇온라인서 퍼져나간 패러디·밈 열풍

장 감독은 영화를 위해 따라다닌 이장 현장에서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 깨끗하게 없애는 정서를 느꼈고, 우리가 사는 땅,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의 트라우마를 재밌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 곳곳에 '항일 코드'를 숨겨뒀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독립운동가 이름에서 가져왔다. 또 이들이 타고 다니는 차 번호는 1945, 0815, 0301 등 해방의 역사에서 빌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N차 관람으로 이어졌고 축경이 새겨진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공개하며 밈(Meme) 열풍을 이끌어냈다. 한 번 관람했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영화적 메시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하며 토론의 장을 이어갔다. 자신이 보고 발견한 영화적 메시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게재해 공유하며 토론의 장을 펼쳤다.

장 감독은 "차 번호와 배우들 이름, 차 색깔 등 전작들에서도 굉장히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이번 영화는 유독 관객들이 빨리 알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명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빨리 알려져 놀라웠다"면서 "알아냈으면 좋겠다고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영화의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다 보면 이스터 에그(화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황석 평론가는 '파묘'의 인기 비결에 대해 "'파묘'는 장르적 혼종을 이루고 있는데, 전반부는 오컬트, 후반부는 괴수 영화에 가깝다"면서 "괴수 영화는 상징적이란 특징이 있다. 유무형의 괴수들은 대개 비틀어진 사회적 산물로 설정 돼 있고 이에 맞서는 사람들 역시 분열되기 일쑤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묘하게 갈등 구도가 없다. 보통의 경우 갈등을 일으킨 등장인물이 결과적으로 희생물이 돼 희생 제의를 마무리하는 반면, '파묘'의 등장인물들은 혼연일체가 돼 적을 물리친다.

이 평론가는 "거기엔 묘하게 직업윤리가 작동하고 있다. 프로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은 바로 우리 시대 대중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며, 이 때문에 영화를 통해 내재적 부조리를 대리 해소하려는 성향이 파묘의 흥행 요소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묘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이 '파묘'로 천만 배우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제공=쇼박스
◇최민식 두 번째, 유해진 네 번째 첫 만, 계속되는 新기록들

일명 '묘벤져스'라고 불리는 상덕(최민식), 화림(김고은), 영근(유해진), 봉길(이도현)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름만 들어도 연기력을 의심할 수 없는 주인공들이다. 최민식은 2014년에 개봉한 '명량'(1761만 명)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를 만들어냈다. 유해진은 '택시 운전사' '왕의 남자' '베테랑'에 이어 네 번째 '천만 배우'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파묘' 관계자 측에 따르면 최민식은 '파묘'가 개봉 후 62회차 무대인사에 모두 참석했다. 전국을 누비며 팬들이 선물해 준 캐릭터 머리띠를 쓰고, 과자 가방을 매는 등 영화 속 모습과는 달리 귀여운 비주얼을 선보이며 MZ세대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과 소통하며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김고은과 이도현은 이번 영화로 첫 천만 타이틀을 획득했다. 김고은은 'MZ 무당'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낼 만큼 연기적으로 한층 더 성장했고 이도현 역시 파격적인 비주얼과 연기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군 복무 중인 이도현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좋은 성과를 얻으며, '군백기' 없는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서울의 봄 범죄도시3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3' '서울의 봄'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제공=ABO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풀어가야 할 한국 영화의 숙제

'파묘'가 개봉한 2월은 극장가의 비수기로 통한다. 2월 개봉작 중 2월에 개봉해 첫 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2004년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유일하다.

'파묘'는 다른 작품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 홀로 흥행을 이어왔다. 이미 극장가에는 '윙카'가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고, '파묘' 개봉 후에는 '듄2'가 개봉했으나 전작 보다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또 '파묘'를 보러 극장가에 왔다 다른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적어졌다. 영화 관계자들은 "극장가에는 여전히 볼만한 영화가 없어 '파묘'의 N차 관람이 더 뜨겁고 거세지는 것 같다"고 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도 200~300만명이 관람해 '중박'을 친 작품들도 있지만 이제는 이런 분위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박 아니면 쪽박을 치는 흥행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이런 현상은 '범죄도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넘겼지만 이후 여름 성수기 시장에 개봉한 영화들은 줄줄이 흥행 실패의 아품을 겪었다. '더문'은 물론 '비공식작전'은 100만을 힘겹게 넘었고, 류승완 감독의 '밀수'만이 500만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입소문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범죄도시' '서울의 봄' '파묘'의 흥행에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를 겪은 대중은 '범죄도시'의 타격감을 통해 억눌린 감정 상태를 일부나마 해소했다고 볼 수 있고, '서울의 봄'은 영화를 통해 분노 게이지를 높임으로써 그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묘의 경우엔 일종의 빙의 과정을 함축하고 있는데, 전반부의 오컬트 장르에선 숨어서 지켜보는 위치에 있다가 후반부 피학과 가학의 위치를 전복하며 괴수의 퇴치에 동참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면서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결핍을, 극장에서 대리 충족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대중은 SNS를 통해 공유하고 연대하는 경험을 통해 이미 응축된 에너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타격감을 공유하고, 분노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극장가 양극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대중의 선택을 막기에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이 평론가는 "역설적으로 더욱 작은 영화들이 안정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은 '천만 관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사라졌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처음 천만이 넘었을 때만 하더라도 비평계에선 이구동성으로 천만 관객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세상은 이미 변했다"면서 "건강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영화계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다혜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