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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45년만에 부활한 인조인간,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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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8. 25. 11:08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AI 생성 캐릭터에 일부 평단·관객 비판 제기
에이리언 1편
1979년작 '에이리언'에 등장했던 인조인간 '애쉬'(맨 오른쪽)가 인공지능(AI)의 도음을 받아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 '루크'란 이름으로 45년만에 되살아났다./제공=20세기 스튜디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연기자를 첨단 기술의 힘으로 스크린에 되살리려 하는 할리우드의 시도는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출발은 1994년작 '크로우'다. 제작진은 촬영 도중 불의의 총기 오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주연 브랜든 리의 얼굴에 대역의 몸을 합성해 영화를 완성했고, 관객은 제작진의 이 같은 '임기응변'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흥행 성공이란 선물을 안겨줬다.

폴 워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제작진이 작품 완성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주연 배우 폴 워커를 컴퓨터그래픽(CG) 등 첨단 기법으로 스크린에 부활시킨 극중 한 장면이다./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비슷한 경우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있다. 개봉을 불과 1년 여 앞둔 2013년, 빈 디젤과 더불어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양대 기둥이었던 폴 워커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함께 출연한 동료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감독과 스태프 모두 '멘붕'에 빠졌다.

투톱 중 한 명인 워커의 촬영 분량이 편집에서 모두 삭제된다면 이야기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무엇보다 공개 후 열성팬들의 비난과 원성이 쏟아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또 향후 계속될 후속편도 고민거리였다. 고인의 시리즈 하차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작진이 머리를 맞대고 쥐어짜낸 해결책은 워커와 생김새가 비슷한 그의 두 남동생을 번갈아 촬영한 원 소스에 워커의 얼굴과 목소리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하는 방법이었다. 엔딩에서 이 방법이 가장 극적으로 활용됐는데, 가족을 위해 무리를 떠나기로 결심한 '브라이언'(폴 워커)이 '돔'(빈 디젤)에게 "어이, 작별 인사도 없이 그냥 가려고 했어?"라며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은 CG가 있어 가능한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중인 '에이리언: 로물루스'와 관련해 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논란은 두 전례와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됐지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작진이 1편에 나왔던 인조인간 '애쉬'와 똑같이 생긴 인조인간 '루크'를 등장시키는 과정에서 '애쉬'를 연기한 영국 출신 연기파 배우로 4년전 작고한 고(故) 이언 홈의 얼굴과 목소리를 빌려온 것에 대해, 일부 매체와 관객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공영방송 BBC는 "죽은 배우를 스크린에 부활시킨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고 의도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인조인간 캐릭터의 출연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고 반복된 클로즈업으로 인공적인 이미지를 지나치게 부각한 것이 제작진의 실수"라고 꼬집었으며, '바이트'란 이름의 한 온라인 매체는 "이 작품을 계기로 영화계 안팎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향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로물루스'의 연출자인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극중 '루크'는 AI가 실제 배우의 연기에 홈의 얼굴과 목소리를 얹어 구현한 캐릭터일 뿐"이라며 "시리즈에 출연했던 여러 인조인간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1편속 '애쉬'에 오마주를 바치는 의미에서 홈 유족의 동의까지 얻었다"고 해명했다.

과학의 힘을 빌려 고인이 된 배우를 스크린에 부활시켰다는 측면에선 모두 같은데, '크로우' '…더 세븐'과 '…로물루스'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이유는 AI가 완성한 캐릭터를 대하는 관객들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서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만약 '…로물루스'의 '루크'가 사지 육신이 멀짱한 상태로 잠깐 나왔더라면 지금과 같은 논란에 휩싸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루크'는 1편 결말부에서의 '애쉬'마냥 목만 남은 채로 시종일관 인간들을 위험에 몰아넣으려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많은 이들의 슬픔을 뒤로 하고 사망한 연기자가 기괴하게 부활한 것으로도 모자라 사악한 음모까지 꾸미는 모습이 그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 기술적 완성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보는 이들의 일차적인 반응이 전체적인 호오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분야를 막론하고 AI 등의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오브제인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란 걸 '…로물루스'가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알려주고 있다. 영화 제작진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첨단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만 집착하며 주목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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