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 통치·소수파 강경 원리주의자 → 다원주의·관용 옹호자
군복 벗고 종교·민족적 소수파 포용 행보
IS 지도자 지시로 무장단체 설립 후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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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졸라니는 반군이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해 24년 장기 집권한 바샤르 알아사드(59) 정권이 붕괴한 수시간 후 다마스쿠스의 랜드마크인 우마이야 모스크에 모습을 드러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이슬람 국가의 승리'라고 선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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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율법 통치·소수파 강경 원리주의자 → 다원주의·관용 옹호자"
알졸라니는 이슬람 무장 세력인 알카에다와의 오랜 관계를 끊고, 다원주의와 관용의 옹호자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고, 이날 다마스쿠스에 입성한 후 가명을 버리고 아마드 알샤라라는 본명을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이슬람 지하드(성전) 대원 명인 셈이다. 그는 2003년 이라크에서 미군과 싸우는 반군에 합류하면서 알카에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미군 기지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2008년 석방됐는데, 수감 기간 알카에다는 같은 생각을 가진 그룹을 장악했고,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극단주의 단체인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를 결성했다.
이후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알바그다니는 알졸라니를 시리아로 보내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이라는 알카에다 지부를 설립하게 했다.
미국 정부가 '알누스라 전선'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알졸라니에게 1000만달러(144억원)의 현상금을 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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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지도자 지시로 시리아 지부 설립...이후 ISIS 등과 싸우고, 알카에다와 결별
하지만 알졸라니는 시리아 내전이 격화하던 2013년 '알누스라 전선'을 해체하고 이라크에서 알카에다의 작전과 통합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를 만들라는 알바그다니의 요청을 거부했고, ISIS와 싸우는 등의 과정을 통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시리아 반군 내 대부분의 경쟁단체 대부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알졸라니는 이슬람 율법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2014년 얼굴을 가진 채 카타르 알자지라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분쟁 종식 정치 회담을 거부하고, 이슬람 율법에 따른 시리아 통치가 목표라며 시리아의 알라위파·시아파·드루즈파·기독교 등 소수파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알졸라니는 2016년 '알누스라 전선'을 '자바트 파테 알 샴(JFS·시리아정복전선)'으로 개칭하고,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처음 얼굴을 공개했다. 이후 알졸라니는 '시리아 해방조직'이라는 의미의 HTS로 단체명을 개칭하고,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부주에서의 권력을 공고히 한 후 군복을 벗고 일반인 옷을 입고 종교적 관용과 다원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AP는 알졸라니가 수년 동안 이들리브주에서 권력을 공고하면서 사실상 '구원(salvation·구세) 정부'의 이미지를 윤색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고, 시리아의 종교·민족적 소수파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다양한 부족 및 다른 그룹과 관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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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알졸라니는 강경 이슬람 게릴라 복장을 벗고 정장을 입고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시리아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국가기관 건설과 권력 분산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서로 대립하는 여러 민족과 종교 지역사회 중 다수를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알졸라니는 2021년 첫 미국 인터뷰 매체인 공영 PBS방송에 HTS가 서방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제재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당시 블레이저(스포츠용 웃옷)를 입고 짧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부드럽게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알졸라니는 지난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는 "시리아는 한명의 통치자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통치 체제가 필요하다"며 알아사드 정권 퇴진 후 HTS가 종국적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