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태고종 종정 운경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도리 깨달아 세상에 일러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206010003231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2. 06. 15:16

12일 동안거 해제일 맞아 법어 발표
clip20250206150418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스님./사진=황의중 기자
한국불교태고종은 종정 운경스님은 오는 12일 불기 2569(2025)년 동안거 해제일을 맞아 법어를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운경스님은 "삼동결제 해제일을 맞아 전국 선원과 강원, 염불원 등에서 삼동결제를 통해 용맹정진을 보여준 종도 여러분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상찬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비록 삼동결제 해제일이나 본래 수행에 결제와 해제 구분이 본래 없고, 세간과 출세간이 따로 없다. 유정과 무정법문이 따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제의 도리를 아는 자가 오늘 산문 밖을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대들은 천성이 전하지 못한 도리를 깨달아 큰 소리로 세상에 일러 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운경스님의 동안거 해제 법어 전문이다.

溪聲便是廣長舌(계성편시광장설)
山色豈非淸淨身(산색기비청정신)
夜來八萬四千偈(야래팔만사천게)
他日如何擧似人(타일여하거사인)

"시냇물 소리가 곧 오묘한 법문이니, 산속 풍광이 어찌 청정법신이 아니겠는가.
밤새 설한 이 팔만사천 게송들, 다른 이에게 나중에 어찌 들려줄 수 있으리."

오늘 삼동결제 해제일을 맞아 전국 선원과 강원, 염불원 등에서 삼동결제를 통해 용맹정진을 보여준 종도 여러분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상찬을 드립니다.

위에 들려드린 게송은 임제종 황룡파 동림상총 선사로부터 무정설법(無情說法)의 화두를 받고 참구하다 깨친 동파 거사의 게송입니다.

동파 거사의 본명은 소식(蘇軾 1036~1101)으로 대문장가였으며 유불에 정통한 대학자였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황주성 밖의 적벽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지은 '적벽부'(赤壁賦)이니 스승으로부터 받은 불교의 깨달음이 글로 흘러 넘쳐 나온 것입니다. 변화와 불변의 경계조차 자유로이 가로지르며 초월적 경지조차 초월한 그에게 세간과 출세간의 분별은 있지 않았습니다.

오늘이 비록 삼동결제 해제일이나 본래 수행에 결제와 해제의 구분이 본래 없고, 세간과 출세간이 따로 없으며, 유정과 무정법문이 따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리 이전의 한 소식은 천성(千聖)도 전하지 못했습니다. 망상을 초월하고 사견에서 벗어나야 최상승의 참뜻을 알 수 있습니다. 취하려고 해도 얻지 못하고 버려도 얻지 못하는 도리를 알아 진실로 얻지 못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길을 찾기 바랍니다.

若人欲識西來意(약인욕식서래의)
颯颯松風長擧示(삽삽송풍장거시)

만약 사람들이 서쪽에서 온 뜻을 알고 싶다면
솔솔 부는 솔바람이 바로 그것인 줄 알라.

무정설법의 경지를 일러주는 게송입니다. 많은 이들이 관세음보살을 염호하지만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릅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타파할 때 절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견해가 생기고, 통찰의 경계로서 심지법(心地法)을 보는 안목이 열릴 것입니다. 심지가 활짝 열릴 때 유정과 무정이 하나 되고 따로이 세간과 출세간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경계에 들어설 것입니다.

해제의 도리를 아는 자가 오늘 산문 밖을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다시 말합니다. 나는 부처님의 청정법신을 일러주는 무정설법을 그대들에게 전하니 그대들은 천성이 전하지 못한 도리를 깨달아 큰 소리로 세상에 일러 보시기 바랍니다. 乭!

불기 2569(2025)년 음력 정월 보름 동안거 해제날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