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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칼럼]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탄핵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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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11. 17:38

-대통령직 파면 여부를 가리는 탄핵심판은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을 고려해 엄격하고 공정해야만 헌법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헌재는 탄핵심판의 신속성만 추구해서 헌법재판관이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탄핵심판이 헌법재판관의 위법으로 진행된다면 그 결과와 관계없이 무효라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위법과 불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헌재는 불법국가로 갈 것인지, 법치국가로 남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김상겸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 있다고 규정하여 국민주권국가임을 선언하고 있다. 국민주권국가란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가 주권자인 전체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헌법·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국민은 선거제도를 이용하여 직접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을 위임하고 있다.

국민은 직접 선출한 국가권력에 국정운영을 위임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집중된 국가권력은 부패한다는 역사적 경험이 권력분립원칙을 만들었다. 국가권력은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입법과 행정 및 사법 등으로 나누고 있다. 국가권력 중 사법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권력이 아니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헌법은 사법부에 합헌적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사법부의 구성원인 법관은 헌법의 명령에 따라 헌법과 법률 및 법적 양심으로 재판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고, 법적 양심으로 헌법과 법률을 해석하여 적용해야 한다. 사법기능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민의 대표로부터 임명되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 재판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은 선거로 선출되는 공무원의 민주적 정당성과 달리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헌법은 헌법재판관에게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헌재는 헌법을 심사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헌법해석에 있어서 최종적인 유권해석기관이다. 그렇지만 헌재는 헌법의 내용을 창설해서도 안 되고 헌법상 제 원리와 원칙을 위배해서도 안 된다.

헌법재판도 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 재판이다. 재판에서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헌법재판으로서 탄핵심판도 공정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더욱 공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로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확보하고 있어서, 대통령직의 파면 여부를 가리는 탄핵심판은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을 고려하여 엄격하고 공정해야만 헌법적 정당성을 갖게 된다.

이번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달리 재판의 신속성만 추구하면서 여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 재판해야 하는 헌법재판관이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이 법률 위반은 탄핵심판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고 있다.

헌법재판은 단심으로 재판의 위법성을 시정할 기회도 없다. 헌법재판관이 탄핵심판에서 위법행위를 한 것은 법을 잘못 적용하는 것이나 법을 잘못 해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탄핵심판에서 발생한 위법은 더구나 헌법재판관에 의한 위법은 그 하자를 치유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관의 위법으로 진행이 된다면 그 결과와 관계없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재판은 절차이고 절차를 통하여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한다. 그런데 재판절차에서 부정의가 발생하였다면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무효인 재판이 된다. 헌법재판인 탄핵심판도 절차라는 점에서 절차적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체적 진실 발견으로 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재판이 위법으로 인하여 정의롭지 못하면 헌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이런 탄핵심판을 누가 신뢰할 것인가.

이와 함께 이번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스스로 절차적 정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 소장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심리절차에서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관한 진술을 두고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진술을 듣겠다고 하였다. 탄핵심판도 재판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 헌법과 법률 위배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재판관은 예단을 갖고 피청구인이 어떤 진술을 해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절차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이번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헌법재판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다면 이미 그 재판은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위헌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법과 불법이란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 그리고 헌재는 그 길목에 서 있다. 불법국가로 갈 것인지, 법치국가로 남을 것인지 헌재는 선택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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