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행정부, 입법 반대 여론 수용
천연자원부 "법안 지지하나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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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은 유기견이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히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데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 입법을 추진했으나 시민들과 행정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는 19일(모스크바 현지시간) 하원 소식통을 인용해 "길 잃은 개를 안락사시키는 법안은 법적·정치적으로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법안 심의를 연기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법안 심의 연기 결정은 행정부 입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행정부는 살생을 반대하는 여론을 수용했다.
또 동물 살처분 제도화에 앞서 동물 보호 감시 장치, 동물의 공격 예방 및 차단 장치 등을 합리화하고 보편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크렘린궁 법무 담당국은 하원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번 법안은 여러 방향의 특징이 있는데, 유기 동물의 반복되는 사람 공격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공격성을 보이는 동물의 출현이 어떤 법적 규제의 틈바구니에서 초래됐고, 이런 잠재적 위험이 사전에 체계적으로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인 없는 비공격적 동물의 포획, 불임화, 예방접종, 자연으로 방생 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 법무부와 검찰 역시 "유기견의 사람 공격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 등 다양한 지점에서 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으며, 자칫 사회 분열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고 우려했다.
주무 부처인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되 동물 보호의 법리도 반영하는 쪽으로 입법 방향을 조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알렉산더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은 검찰총장실에 보낸 의견서에서 "우리 천연자원부는 대체로 이 법안을 지지하지만,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화적·오락적 목적으로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는 동물을 보호소로 옮기는 것에 대해 더 엄격한 제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률안 1차 회독을 마친 하원 해당 상임위원회는 의회와 시민들의 여론을 고려해 입법 절차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재한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18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에만 길잃은 동물의 안락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발레리 조르킨 헌법재판소장은 당시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유기견의 조건으로 △사람을 공격한 경우 △위험한 질병의 병원균을 보유한 경우 △생존 가능성이 없어 신체적 고통을 멈춰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콘스탄틴 판페로프 법무부 차관은 "문제의 법안이 동물 대우의 기반이 되는 도덕적 원칙과 인도주의 원칙을 위반해 헌재 판결과 어긋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