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대년의 잡초이야기]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투구꽃’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2701001523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3. 27. 17:45

투구꽃
투구꽃
'투구꽃'은 꽃 모양이 로마 병사의 투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고유의 이름으로는 개싹눈바꽃, 진돌쩌귀 등이 있다. 전국 산에서 자라는 다년초로 8월 말부터 10월까지 화려한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외모에 숨겨진 독성은 매우 치명적이다. 조선시대 사약(賜藥)의 재료로 쓰일 정도로 독성분이 강한 투구꽃은 한방에서 초오(草烏)라고 불리는 뿌리에 식물계 최강의 맹독을 함유하고 있다.

2014년에 발간된 책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에 의하면, 투구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망 · 독살사건의 원인 제공 식물이다.

1969년 서바이벌 훈련 중이던 프랑스의 한 군부대에서 '투구꽃'을 잘못 먹고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책에 서술되어 있다. 태종 때 군사 훈련에 나선 병사들이 '대조채'를 쑥갓인 줄 알고 먹어 6명이 사망하였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매우 흡사하지 아니한가? 이러한 역사적 사실로 볼 때 '대조채'와 '투구꽃'이 같은 식물이라는 확신이 든다. 1986년 일본에서 발생한 신혼부부의 '투구꽃 살인사건'은 지금도 화제가 될 만큼 세계적인 이슈였다.

투구꽃은 정말 아름답다. 그러나 투구꽃에 닿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만 해도 예민한 사람들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라고 하니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야생 독초이다. 어린잎을 쑥갓이나 다른 채소로 오인해 먹는 일은 더더욱 삼가야 할 것이다. 투구꽃이 예쁘다 보니 가끔 관상용으로 화단에 심는 경우도 있는데 철저한 안전조치를 병행하길 권한다. 투구꽃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이다.

/화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