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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트] ‘대팍’이 만든 변화, 한국 축구 전용구장의 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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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4. 19. 21:33

도심형·몰입형 경기장의 성공 사례… 관중과 함께 성장한 대구의 축구문화
매진 행렬 속 드러나는 수용 한계와 운영 과제… K리그 전용구장의 미래를 묻다
매진행렬
대부분의 경기가 매진되며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대구iM뱅크파크.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19년 3월, K리그에 또 하나의 전용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식 명칭은 DGB대구은행파크였지만, 팬들은 애정을 담아 '대팍'이라 불렀다. 현재는 대구iM뱅크파크(2025~)로 이름이 바뀐 이 경기장은 대구FC의 새 보금자리이자, 한국 축구 전용구장의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 잡았다.

대구축구전용경기장은 K리그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다. 단순히 축구를 위한 경기장이라는 기능을 넘어 팬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구단이 그것을 뒷받침하며 도시는 다시 그 열기를 품어 안는 순환이 이뤄지는 드문 사례다. 그 성공은 여러 도시가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하거나 구상하는 데 있어 '모델'로 삼는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성과가 찬란한 것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의 그늘'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필드와 관중석
필드와 관중석 사이 거리가 가까워 높은 몰입감을 자랑하는 대구iM뱅크파크.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관중석과 감독
감독의 지시가 관중석까지 들릴 정도로 필드와 가까운 대구iM뱅크파크.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대팍이 특별한 이유는 구조나 설계보다, 그 안을 채운 사람들 때문이다. 대구FC는 시민운동장에서 뛰던 시절까지만 해도 K리그의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대구광역시와 구단이 전용구장 건립에 합의하고 1만 2000여 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을 완공한 이후 팬들의 열기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뜨거워졌다. 관중석과 필드 사이의 거리는 7m. 선수들의 숨소리, 코치의 외침, 공이 차이는 소리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여기에 서포터들이 만든 응원문화가 더해지며, 대팍은 'K리그 최고의 응원 열기'를 자랑하는 구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골대 뒤편 스탠딩석은 팬들의 함성으로 진동하고 푸른색의 파도는 상대팀에게 압박을, 홈팀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입지 또한 돋보인다. 도시 중심부와 가까운 북구 고성동에 위치해 지하철과 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경기장 외부 광장은 경기 전후 팬들의 소통과 이벤트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경기장이 '축구의 이상향'으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이 축적되면서 새로운 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는 수용 규모다. 1만 2000 석은 K리그에서는 적지 않은 수치지만 인기 구단으로 도약한 대구FC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치 않다. 실제로 2025시즌 현재까지 치른 홈경기 5경기 중 4경기가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관중 수요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인기 팀과의 경기나 시즌 후반 중요한 승부에서는 예매 전쟁이 벌어지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정팬들과의 마찰도 적지 않다. 좌석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원정팬에게 배정되는 구역이 충분하지 않아 입장권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구축구전용경기장이 갖는 의미는 여전히 깊다. 이는 단순히 '잘 지어진 경기장'이 아닌, 축구가 어떻게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대구FC는 전용구장 건립 이후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팬 문화와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 지역 어린이 및 학생들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사회공헌 활동 등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전국 곳곳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는 2020년 축구전용구장을 완공했고, 인천과 포항은 기존 전용구장의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논의를 진행 중이며, 부산도 신축 전용구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형 전용구장'은 단순한 설계 도면이나 좌석 규모를 넘어, 도시와 구단, 팬이 함께 만들어낸 생태계라는 점에서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매진행렬2
골대 뒤편 스탠딩석은 팬들의 함성으로 진동하고, 푸른색의 파도는 상대팀에게 압박을, 홈팀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대구축구전용경기장을 둘러싼 이야기는 축구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곳은 한때 침체했던 구단이 전용구장을 통해 도약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응원 문화를 만들어가며, 도시는 다시 그 열기를 품어준 복합적 결과물이다. '대팍'이라는 애칭에 담긴 애정은, 결국 공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의 것이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규모와 운영, 시설 활용, 팬 경험의 정교화까지. 그러나 방향성은 이미 분명하다. 대구는 증명했다. 축구전용구장이 단지 '구장'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 구단이 함께 만드는 축구 생태계의 중심일 수 있다는 사실을.

대구의 다음 시즌도, 다음 세대의 축구 팬도, 그 구장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축구는 계속되고, 대팍도 그 한복판에 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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