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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욕하고 방치하고”…해마다 늘어나는 노인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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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 김아연 기자

승인 : 2025. 05. 07. 18:34

초고령사회 코앞인데…제도·인식 여전히 '제자리걸음'\
“처벌만으로 부족”…학대 줄이려면 국가 개입·교육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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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투데이 설소영 기자·김아연 인턴기자 =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노인학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족 돌봄 부담, 요양 인력 과로, 제도적 사각지대 등 노인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이 중첩되면서 폭력과 방임 형태로 표출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노인학대가 늘고 있는 만큼 단순 처벌 강화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근원적 해법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20년 9707건에서 2024년 1만6308건으로 약 68% 급증했다. 이 기간 검거 건수도 2282건에서 3372건으로 늘었다.

노인학대 발생 원인으로는 가족 간 갈등과 과중한 돌봄 비용 부담이 꼽힌다. 치매·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장기간 간병한 자녀세대가 신체적·정신적 소진에 이르자 방임 또는 폭언·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학대 가해자 중 다수인 50~60대 자녀들은 "혼자서 돌보기가 벅차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노부모 재산을 둘러싼 경제적 갈등이나 연금 수급권을 악용한 금전 착취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시설 내 학대도 적지 않다.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임금, 감정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간병인 1명이 여러 노인을 돌보는 열악한 현실이 욕설·밀침·방치 등 학대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CCTV 등 감시망이 허술한 일부 사설 시설의 경우 학대 사실이 내부적으로 은폐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독거노인, 인지 기능이 저하된 노인은 학대를 당하더라도 외부에 알릴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대의 상당수가 반복적·상습적으로 발생하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기관에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 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일 수원지법 형사 14단독 강영선 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3년간 노인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초까지 경기도 자택에서 아버지 B씨를 돌보며 최소한의 음식조차 제공하지 않고, 배변 주머니도 제때 갈지 않는 등 보호 의무를 방기한 혐의다. 피해자 B씨는 욕창과 화상, 전신 물집 등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월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는 중국 국적의 간병인이 90대 여성 환자를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간병인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이불로 덮은 뒤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는 장폐색과 탈장 진단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노인학대 사건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 움직임도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노인 학대 피해자 보호 특례법'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노인복지법상 조항을 분리해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처벌법처럼 독립 법률로 격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신고인 보호, 불이익 금지, 국선보조인 선임 등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방안도 포함됐다.

요양시설 내에서 노인학대가 반복되는 것은 개인일탈 보다는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요양시설 이용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 표현이 어려운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폭행이 없더라도 방치·무반응 등 간접적 학대가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요양원이 약자 케어를 목적으로 하는 복지시설이 아닌 수익 추구형 사업장으로 변질되면서 서비스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만큼 민간사업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운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치매 등 중증질환 노인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갈등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권감수성, 돌봄 윤리, 어르신에 대한 이해 능력 등 기본적인 돌봄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소영 기자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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