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속가능한 후원구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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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찾아간 서울 성동구의 한 보육시설 원장 이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다른 아동복지시설과 다르게 열아홉이 될 때까지 아이 한 명에게 방 하나씩을 내어주는 곳으로 공간 확보를 위해 8년 만에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외형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일부 공사와 내부 공간을 채우기 위한 후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원장은 "작년 말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로 공사가 늦어졌다"며 "후원자들에게 추가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 5월 안에 모금이 안 되면 일부만 완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정의 달을 맞은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이 경기침체와 고물가의 여파로 휘청이고 있다. 이웃들의 온기로 따뜻해야 할 보육원은 후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보육원도 경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66명의 아이들이 빌라 형태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후원금 감소로 학원비와 병원비조차 줄여야 할 상황이다. 간식이나 영양제마저 사치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 보육원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제나 치료비를 줄이면서까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후원금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마련하던 미니 운동회도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육원들은 코로나19 사태와 비교해 현재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 원장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후원의 손길이 확 줄었다"며 "다들 사정이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을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3.7%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25.6%)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전체 46.5%로 가장 많았고,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답변도 35.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후원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후원 문화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지속 가능성이 부족하다"며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기부자 인식 개선 교육을 통해 사회적 책임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