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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소매업체들, 미국서 관세 ‘따귀’ 맞고, 다른 시장서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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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5. 21. 11:55

로이터 "다국적 대형 소매업체들, 전세계 가격 인상으로 미 관세 영향 분산 고려"
가격 인상 취소 압력 받은 월마트 사례 회피 전략
알리안츠무역 "수출 수익 감소 예측 기업 5%서 42%로 급증"
트럼프 상호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교역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각국에 대한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전 세계 대형 제조업체들이 전 세계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기업들이 수출 이익이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샌들 제조업체 버켄스탁, 전 세계 최대 보석업체인 덴마크 판도라 등 글로벌 대형 소매업체들이 미국 시장 가격을 크게 인상해 매출이 타격을 입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 시장 가격을 인상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비용을 분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전략은 소비자 물가가 겨우 안정되기 시작한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다른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어 해당 중앙은행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로이터 "다국적 대형 소매업체들, 전 세계 가격 인상으로 미 관세 영향 분산 고려"
가격 인상 취소 압력 받은 월마트 사례 회피 전략

이비차 크롤로 버켄스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5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낮은 한 자릿수' 가격 인상만으로도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라칙 판도라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할지,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가격을 더 인상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무역협상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4월 2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진행한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기재부 제공
독일 본의 컨설팅업체 사이먼쿠처의 마르쿠스 골레르 파트너는 "기업들이 관세 (영향) 분산을 정말로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 외 지역의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 가격을 그렇게 많이 인상할 수 없으니, 미국과 유럽, 그리고 다른 시장에서 각각 조금 올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격 인상 계획 취소 압력을 받은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사례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월마트는 15일 실적 발표를 하면서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관세를 흡수(EAT THE TARIFFS)하고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제이슨 밀러 교수는 소매업체들이 특정 제품이나 소비자가 가격에 덜 민감한 특정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해 가격 인상으로 매출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다른 제품이나 국가에서의 타격을 보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밀러 교수는 "미국 시장만 가지고 있는 기업은 가격을 12% 인상해야 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다른 시장에서 가격 설정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가격을 8%만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영국·유럽중앙은행, 다국적 소매업체들 가격 인상, 물가 영향 주시

하지만 다국적 소매업체의 이러한 전략은 영국처럼 미국과 무역협정을 이미 체결한 국가에서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앤드류 베일리 총재는 이달 초 "글로벌 기업들이 그런(관세율 차이) 구분을 하지 않고, '우리는 전 세계에 적용되는 가격 책정 해법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그것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 이사는 이달 초 한 연설에서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지만, 향후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슈나벨 이사는 "기업들이 투입 비용에 대한 타격을 보상받기 위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China Tariffs Business Reaction
4월 17일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들./AP·연합
◇ 알리안츠무역 조사, 수출 수익 감소 예측 기업 5%서 42%로 급증 "미 관세로 수출 감소 3050억달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올해 수출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알리안츠무역은 3월과 4월의 국제 무역에 관해 미국·중국·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싱가포르의 수출업체 4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2%의 기업이 수출 수익이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교역 파트너에 대한 10%의 기본 관세와 각기 다른 상호 관세율을 부과한다고 발표한 4월 2일 이전 조사에서 5%의 기업만이 수출 수익 감소를 예측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아일린 서머산 코키 알리안츠무역 최고경영자(CEO)는 4월 2일 낙관론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조사는 모든 시장에서 관찰되고 있는 불확실성과 균열이 오랫동안 지속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올해 전 세계적으로 3050억달러의 수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율 부과를 7월 8일까지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고, 미·중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사흘간의 무역협상 후 14일부터 90일 동안 미국의 대(對)중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고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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