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둘러싼 세대갈등 지속
"37년된 제도 현실 못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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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가 역설적으로 '일하지 않을 유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 소득이 감액 기준인 298만9237원을 넘으면 단계적으로 연금이 깎이기 때문이다. 감액은 초과 소득에 따라 적용되며, 초과액 100만원 미만은 5%, 이상부터는 10~25%까지 누진적으로 증가해 최대 50%까지 깎인다.
전문가들은 감액을 피하려고 근로자들이 인위적으로 소득을 조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월급이 3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추가 근로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근로 회피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산업 현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숙련공들이 연금 때문에 잔업을 거부하거나 파트타임 전환을 요구한다"며 "인력난이 심각한데 기존 직원들마저 근무시간을 줄이니 이중고"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대상자는 13만7061명으로 전년 대비 23.7% 급증했다. 감액 총액은 2429억7000만원에 달했다. 2019년 8만9892명에서 5년 만에 53% 늘어난 수치다.
제도 개선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2030 세대는 "우리는 연금도 제대로 못 받을 텐데 왜 지금 받는 사람들 편의를 봐줘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반면, 5060 세대는 "평생 보험료 냈는데 일한다고 깎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선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감액 제도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법 개정은 지연되고 있다. 국회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폐지 법안이 계류 중이다.
6·3 대선 후보들도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감액 제도 개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면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연금 재정과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노인들이 경제활동 참가율 36%로 회원국 중 가장 열심히 일하면서도 빈곤율은 38.2%로 OECD 평균(13%)의 3배에 달하는 역설적 상황을 지적하며, 재직자 연금 감액 제도 완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한 연금 관련 학회 관계자는 "초고령 사회에서 60대는 사실상 중년에 가까운데, 연금 수급 후에도 10~20년 이상 일해야 하는 현실을 37년 전 만든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은 감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되 고소득자 연금 과세 강화로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