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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 지지 안 한다더니… 사실상 이재명 손들어준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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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05. 28. 17:49

산하조직 과반이상 정책 협약 체결
전현직 간부들은 이 후보 지지 촉구
"李 집권 시 투쟁 명분 흐려져" 우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연 '2025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
노동계가 심상치 않다.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측과 직간접 협력을 늘리고 있어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구조를 '기득권 정치'로 규정하고 이들 대신 노동 중심 진보정치를 지지하겠다는 내부 방침에도, 한국노총에 이어 특정 거대 정당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목표 앞에 '민주노총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민주노총 산하 산업별 노조 16개 중 8개가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산별 연맹에 소속된 각 노조의 개별 협약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공조는 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은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적은 없다. 민주노총은 노동 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000년 창당된 옛 '민주노동당'이 2011년 쪼개진 이후 그 후신인 진보당과 정의당 등을 지지해 왔다.

민주노총은 민주당에 대해 국민의힘보다는 호의적이었지만 자신들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타파해야 할 보수 양당체제"라고 명시한다. 거대 정당에 의한 노동 정치화를 막겠다는 명분에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이번 대선에서 진보당을 지지할 방침이었지만, 지난 9일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위해 출마를 포기하자 내부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진보정당 후보 및 이와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대선 방침을 내놓고 진보당과 단일화한 민주당을 공식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공식 방침에 모순된다'는 일부 반발에 민주당과 협약 대신 정책요구서만 제출한 상태다. 다만 이후 가맹조직 과반이 개별적으로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이를 지도부가 방관하며 사실상 이 후보 지지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일부 전현직 노총 간부들은 실명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이 후보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까지 노동계 전반이 거대 정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일각에서는 노동 단체 '어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노동 활동가는 "국민의힘에게 압승을 거둬야 한다는 명분만 앞서 노동자와 시민의 요구는 유보될 수 있다"며 "후에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신들이 지지했던 당을 향해 투쟁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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