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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소호대출’ 이재명표 포용금융에… 속앓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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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6. 09. 17:57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9월 만기 50조
금융당국 '배드뱅크' 설립 검토 착수
5대은행, 고연체율에 개인대출 감소
민간 공동출자 가능성에 재정 부담 ↑
새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핵심으로 한 포용금융 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정부의 소상공인 빚 탕감과 금융지원 확대 정책에 보조를 맞추게 되면, 결국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에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는 소상공인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 공급과 채무조정 및 부채탕감을 통한 금융지원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으로 은행권의 자금 출연이 거론되고 있는 데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높은 연체율이 나타나고 있어 은행들의 대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배드뱅크 설립 검토에 착수하고, 구체적인 채무 탕감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은행의 부실 대출 등을 인수해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책임지는 전문 기관이다.

정부는 이 배드뱅크를 통해 장기 소액연체 채권을 소각하고, 매출 급감이나 폐업 경험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자영업자의 부실 채권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소상공인 지원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금융 공약이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 외에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환대출과 이차보전 지원사업 확대, 정책금융 전문기관 설립 등을 통해 장기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은행권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줄여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324조555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원 이상 줄었다.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출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1%로, 분기 말에 연체율이 0.7%를 넘긴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그간 연체 위험이 높은 자영업자 대출을 줄여왔던 은행들도 정부의 기조에 따라 대출을 다시 확대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만큼, 새 정부에서도 은행들이 상생 압박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전성 리스크 관리에 더해 상생금융 정책 참여로 은행권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민간 금융사들의 공동 출자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채무조정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사들의 자금 출연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미 전 정부에서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 자금을 출연했던 은행권으로서는 이번 조치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9월에 이 대통령이 탕감을 주장했던 50조원 규모 코로나19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향후 집행 과정에서 손실이 커질 경우 은행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출연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 재원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당국과 금융권 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자금보다는 공적 자금을 활용한 금융정책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민환 인하대 경영대학원장은 "채무탕감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재정적 부담을 민간에 전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제도를 통해 은행들이 강제적으로 지원에 나서게 하기보다는 취약계층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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