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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햇빛은 보고 살아야”…장마 코앞인데 반지하 물막이판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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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06. 19. 04:38

반지하 일부 주민 물막이판 떼내 "햇빛 가려 우울"
국지성 호우에 찰나 사고…"장마철 상시 대비 필요"
설치 간편·투명 재질 등 창의적 행정 적극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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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반지하 가구 창문에 물막이판 본체 없이 레일만 부착돼 있다. /김홍찬 기자
"그래도 햇빛은 보고 살아아죠. 어떻게 저것(물막이판)을 여름 내내 창문에 붙여 놓나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거주 중인 이모씨(42)는 재작년 집 창문에 설치한 물막이판을 분리해서 따로 보관해 둔 상태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40cm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창문의 대부분을 가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가뜩이나 해가 잘 들지 않는 반지하인데, 이것마저 설치해 놓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면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동작구 상도역 반경 200m 내 반지하 등 주택 15곳을 살펴본 결과 9곳이 물막이판을 설치한 상태였다. 절반 이상이 설치를 마친 상태지만 실질적으로 물막이판을 레일에 부착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주택은 레일만 설치된 채 본체는 분리돼 있었다. 이곳 상도동 일대는 지난 2022년 침수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대표적인 서울 내 침수 위험 지역이다. 그러나 반지하 주민들은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빛마저 여름 내내 가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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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동작구 상도동 한 주택 내 분리수거장에 분리된 물막이판이 놓여있다. /김홍찬 기자
이번 주 금요일인 20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찾아올 예정이지만 서울시 내 주요 저지대 지역의 침수 대책은 미흡한 상태다. 현재 서울시 내 침수 우려 가구 2만4842개 중 물막이판 설치 가구는 67%로 세집 가운데 한집은 여전히 대책 없이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장마를 코앞에 두고도 미관과 채광 등을 이유로 이미 설치한 침수방지시설을 떼어 내 보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다른 침수 위험 지역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 중인 차어진씨(29)도 "아직 폭우 기미가 안보여서 (설치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가 시작된 이후 설치 및 재설치를 고려하겠다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문제는 당장 오는 20일 닥칠 전국 장마에 국지성 호우 특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80~100㎜의 폭우도 닥칠 전망이다. 이에 관할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닫이로 설치를 더 간편하게 하거나, 투명 재질로 하는 등 행정적인 창의성이 요구된다"며 "지자체 차원 적극적인 홍보도 동반돼야 할 것"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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