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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행정학과 출신인 강 전 대표는 2011년부터 더본코리아 상무이사로 활동하다 2020년 12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1년부터는 부사장으로 지내다 지난해 3월에는 각자대표이사로 승격됐습니다. 내부 운영을 맡아온 강 부사장이 각자대표로 전면 배치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더본코리아가 IPO를 앞두고 백종원 대표 의존도가 높다는 외부 우려를 낮추고 책임 경영 구조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었습니다.
각자대표는 이사 중 2명 이상이 각각 단독으로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구조로 각 대표이사가 다른 이사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계약 체결이나 업무 집행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대표이사가 같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공동대표 체제에 비해 경영 전반에서 분업적으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증권신고서에서도 '백종원 대표이사의 질병·사고·평판 하락 등이 일시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표 1인 체제에 대한 잠재 리스크를 직접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강 전 대표는 각자대표였음에도 더본코리아 관련 이슈에서 공식 입장을 내거나 전면에 나선 경우가 없었는데 재무·총무·구매 등 회사 관리와 더본코리아의 안살림을 도맡아 해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완자에 가까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송 활동을 통한 마케팅·지역 프로젝트·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회사 성장 전략과 외부 활동은 백 대표가 주도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더본코리아는 백석공장과 학교법인 예덕학원의 농지법·산지관리법 위반, 한신포차 낙지볶음 원산지 거짓 표시, 조리기기 '무신고 수입'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식품의약품안전처·관세청·충남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 및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때는 '장사의 신'으로 추앙받던 백종원 대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더본코리아에는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주요 가맹 브랜드인 홍콩반점과 새마을식당의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홍콩반점은 일평균 매출은 지난 2월 7453만원에서 4월 6072만원으로 18.5% 줄었으며 같은 기간 새마을식당은 9945만원에서 8190만원으로 17.6% 감소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성장의 바로미터인 가맹점의 성장성도 둔화됐습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25개 브랜드의 1분기 말 총 가맹점 수는 3129개로 지난해 말보다 63개 늘었지만 빽다방이 67개 증가했단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나머지 가맹점 수가 4개 줄었습니다.
브랜드 신뢰도 저하가 소비자 심리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니 더본코리아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백종원 '단독대표'의 책임 경영 체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백 대표가 외부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경영 일선에 나서 내부 살림을 직접 도맡겠다는 것이지요.
이와 더불어 대표이사 직속에 전략기획본부를 신설하고 리스크 통합 대응 및 경영 효율화·관리 체계 정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품질·가맹·유통 관리 부문을 이끌어갈 외부 전문 경영인도 전격 영입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더본코리아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107억원,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직전 분기와 대비 감소한 실적입니다. 1분기 영업이익률도 5.5%로 2024년 평균(7.7%) 대비 하락했는데 업계에서는 2분기도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해결책으로는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최근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와 소통하기 위해 상생위원회를 꾸리고 백종원 대표의 사재 출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성장 배경에 임직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종사자들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 1993년 논현동에서 '원조쌈밥집'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분골쇄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