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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하지만 ‘물고문’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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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12. 18:40

물에 잠겨 '비운의 문화유산'으로 불려...수문 설치 등 향후 공사 주목
3.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국가유산청
1970년 12월 24일과 1971년 12월 25일, 연이은 크리스마스에 한국 고고학계는 역사적인 발견을 했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와 반구대 암각화가 그것이다.

천전리 암각화는 동심원, 마름모 등 기하학적 문양과 수많은 명문이 새겨진 바위로, 동국대 불교 유적 조사단에 의해 발견됐다. 이듬해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더욱 놀라웠다. 50마리가 넘는 고래를 포함해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모습이 생생히 담긴 이 바위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흔적'으로 주목받았다.

12일 이 두 암각화는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국보에서 세계유산으로 격상된 것이다. 문자가 없던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여 온 인류의 기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 달리 반구대 암각화는 오랜 기간 '비운의 문화유산'으로 불렸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이다. 사연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구조로, 비가 많이 내려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의 암각화까지 잠길 수밖에 없다.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침수되기 시작해 57m가 넘으면 완전히 잠긴다.

길게는 5~6개월 가까이 물에 잠기는 데다, 빗물에 떠내려온 각종 오물에 뒤덮이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물고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가유산청
정부는 2014년부터 사연댐의 물을 추가로 방류하는 '응급 대책'을 펼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생태 제방 축조, 차수벽 설치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고,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구조물 건설도 추진됐으나 기술적 결함으로 중단됐다.

특히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식수원 관리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가유산청과 문화 관련 단체는 '문화유산 보존 우선'을 주장했지만, 울산시는 식수 확보를 내세우며 상당 기간 대립이 이어졌다.

전환점은 2021년에 찾아왔다. 정부는 반구대 암각화 발견 50년을 맞아 암각화가 더는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연댐에 15m 폭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국가유산청, 울산시 등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사업비 약 640억원을 확정해 '사연댐 안전성 강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문 설치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2030년께 완료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신규 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몇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과,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알릴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공사 주요 공정이나 단계별 상황, 암각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을 의미한다.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는 한편 지자체 및 지역 주민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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