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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 1주를 삼성물산 약 3주와 맞바꾸는 비율(1대0.35)로 합병을 결의했고, 같은 해 9월 합병을 마쳤다. 삼성전자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에버랜드에 합병시켜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두 회사 합병을 이 회장 경영권 승계 마지막 퍼즐로 보고 19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합병에 문제가 없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그동안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 200여 차례 가까운 재판을 받았다. 평균 15일마다 재판을 받은 셈이다. 해외 출장도 마음대로 다니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 오너의 리더십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등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휴대전화 등도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글로벌 경쟁을 선도해야 할 기업 오너가 재판에 묶여 있던 것은 이 회장과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장은 이제 무죄 확정으로 10년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과 회계 부정 의혹도 벗겨냈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최대 과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라고 하겠다. 이 기술이 확보돼야 인공지능(AI) 붐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33년간 1위를 지키다 SK하이닉스에 내준 D램 메모리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수조원대 적자인 반도체 위탁생산도, 바이오 사업을 어떻게 키울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그동안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해외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적극성을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와 AI,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M&A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려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정신을 M&A와 신사업에 접목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검찰도 기업인에 대한 고발과 수사를 더 신중하게 해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