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수산업계 피해 규모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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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매체 이프로페셔널은 12일(현지시간) 중국 원양어선단이 최근 규모를 확대하며 거점을 페루에서 칠레로 옮겨 조업하고 있어 아르헨티나 수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남미 대서양 앞바다로 몰려들기 시작한 중국 어선단은 600여척까지 늘어 조업 중이다. 2020년대 초반 400여척과 비교하면 남미에 집결한 중국 원양어선은 약 50%가 늘었다. 이들은 페루, 에콰도르, 칠레 등 남미 태평양 해역에서 조업한 후 11월이 되면 아르헨티나 등 남미 대서양으로 이동한다.
수산전문가 미코 스차르스만은 "아르헨티나에서 중국 원양어선단의 싹쓸이 조업이 지난 10년간 약 800% 증가했고 이미 연간 7억 달러(약 96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다"며 "올해는 선단의 규모가 늘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최근 중국 어선의 칠레 입항이 늘자 아르헨티나 수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환경정책 서클(PAC)이 입수한 통계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페루에 입항한 중국 어선은 단 1척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중국어선 61척이 페루에 입항했다. 같은 기간 입항 기록이 전무했던 칠레엔 올해 동기 중국 원양어선 25척이 입항했다. 중국 원양어선들은 아리카, 이키케 등 주로 칠레 북부의 항구에 들어갔다.
이프로페셔널은 서류 갱신, 선원 교체 등 다양한 명분으로 항구에 들어가지만 실제론 선박 수리, 보급품 선적 등을 위해 입항한다며 이는 중국 원양어선단이 페루 대신 칠레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고 대서양 조업을 준비 중인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원양어선단이 칠레를 거점으로 삼으면 마젤란 해협을 통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빠르게 오갈 수 있다. 중국의 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원양어선의 남미 주요국가 입·출항 기록을 분석한 PAC는 "올해 상반기 칠레에 입항한 중국 원양어선 중에는 2021년 중국 정부로부터 1900만 달러(약 262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은 선사가 소유한 어선 2척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 어선 2척은 멸종 위기에 놓인 상어 포획 등 불법 조업이 적발돼 미국으로부터도 제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프로페셔널은 칠레가 노예 노동 등 인권 침해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중국 어선단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대서양 수산업 생태계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원양어선단은 대서양으로 넘어가 아르헨티나에서 속칭 '201해리 조업(배타적 경제수역에 바짝 접근해 조업하는 행위)'을 하거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무단으로 침범해 조업하기도 한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 EEZ를 침범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격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