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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기 침체 속, ‘중고 명품’ 새 소비 트렌드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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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8. 17. 10:57

중고 명품 시장, 올들어 전년 대비 35% 성장
부유층의 과시소비에서 실속소비로 빠르게 전환
반부패운동 등 정치적 요인도 소비 패턴에 영향
KERING-GUCCI/PROTEST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구찌 로고. 중국에서는 최근 초고가 명품 대신 '중고 명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초고가 명품을 즐겨 사던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 명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형 창고형 매장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하며, 판매자와 실속형 소비자를 연결하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000~2010년대 초반, 고속 성장기에는 루이뷔통, 까르띠에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중국 각지로 매장을 넓혀갔다. 하얼빈(哈爾濱)에서 쿤밍(昆明)까지, 이름조차 생소했던 도시에도 매장이 들어서며 '사치품 소비 붐'이 일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유층조차 지갑을 닫는 분위기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명품 대신 '흠집 난 구찌 가방'이나 '사용감 있는 프라다 신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디지털럭셔리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중고 명품 시장은 올해 들어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반면 전체 명품 소비는 2024년에 25%나 줄었고, 올해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명품 소비가 급락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직결된다. 중국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집값 하락이 곧바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더 가난하게 느끼고, 그만큼 사치품 지출을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양(瀋陽)에 거주하는 왕징은 3년 전 구직에 실패하자 집안에 쌓여 있던 발렌시아가와 버버리 제품을 중고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에는 중고품을 죽은 사람이 입던 옷처럼 여겼지만, 지금은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소비 전반의 하향화로 새 제품을 고집하던 사람들도 중고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소비 트렌드 변화에는 정치적 배경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집권 이후 강도 높은 반부패 운동을 벌이면서 과시적 사치는 위험한 행위로 비칠 수 있어서다. 국제 컨설팅사 야소(Yaso)의 애덤 나이트 공동창업자는 "노골적인 사치 과시는 특히 국영기업 종사자나 정치적 연관이 있는 인물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중고 명품 소비는 '저자세의 사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 명품 소비는 특히 MZ세대(1980~2010년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틱톡 대체재'로 불리는 중국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에는 중고 매장을 소개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되고,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의 소비 행태를 따라가려는 젊은이들이 중고 시장으로 몰린다.

중국 사회가 불황의 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중고 명품 열풍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경제·문화적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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