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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유통 산업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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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7. 08:16

박창영
박창영 유통산업연구센터 상임고문
유통업, 업의 본질은 생산자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중개하는 데 있다. 상품 정보를 전달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수요 변동성을 흡수하는 기능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산업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유통을 '산업'이 아닌 '관리해야 할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유통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적인 백화점과 양판점 등 오프라인 소매 유통 강자는 전자상거래 기반 플랫폼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흐름에 놓여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유통 플랫폼은 소비재 제조에서 소매 유통까지 아우르며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도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대규모 오프라인 판매 공간은 판매 중심에서 상품 전시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에 적응을 실패한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그 충격은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직결된다. 유통이 이미 산업과 고용을 좌우하는 영역이 됐지만, 정책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은 유통산업의 진흥보다는 전통시장 보호라는 차원에 초점을 맞춰 대형 유통사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유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통시장의 시설과 운영방식을 현대화는 지원하되, 대형 유통을 획일적으로 묶어두는 방식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해법인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면세점 산업도 비슷한 처지다. 한국은 국가 단위 면세 시장 규모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의 방한 관광 통제·자국 면세 산업 육성 정책으로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위협에 놓여 있다. 여기에 짧은 특허 기간과 과도한 특허 수수료는 사업 지속성과 재투자 여력을 동시에 제약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해외 직구 제도도 불균형을 키운다. 해외 기업은 제도적 장벽 없이 한국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국내 면세점은 동일한 방식으로 한국 소비자를 만날 수 없다. 해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역직구마저 제도적으로 봉쇄돼 있다. 개방의 비대칭이 국내 유통 경쟁력을 갉아먹는 구조다.

이제 규제의 관점을 바꿔야 할 때다. '하지 마라'는 관리 논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통 규제를 보호 중심에서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전환하고, 대형 유통·면세점·플랫폼을 통제 대상이 아니라 수출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유통산업 진흥은 규제를 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대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혁신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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