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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빅4 ‘엇갈린 셈법’… 인천공항免 재입찰 흥행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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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12. 16. 18:22

내일 DF1·DF2 구역 사업설명회
롯데, 재진입 사활… TF 꾸리며 적극적
현대, 흑전 성공에 고가 베팅 대신 관망
신라·신세계, 철수 이력에 재도전 신중
더딘 업황 회복 탓 초박빙 입찰 시각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핵심 구역을 둘러싼 재입찰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국내 주요 면세 사업자들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공고를 받아 들고도 롯데면세점은 약 20명 규모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적극 모드'인 반면, 현대면세점은 조건과 구조를 차분히 따져보는 '느긋한 관망' 기조다. 반면 과거 고가 입찰 이후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했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재진입 여부를 놓고 한층 신중한 계산에 들어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15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고환율장기화, 소비 패턴 변화, 더딘 업황 회복 등으로 내년 면세 시장 환경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무리한 베팅에 나서기보다는, 최저수용단가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접근 속 '초박빙 입찰'이 펼쳐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이 단순한 사업권 경쟁을 넘어 면세 산업 수익 구조의 한계를 재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18일 공사 청사에서 공항 1·2여객터미널 향수·화장품(DF1), 주류·담배 (DF2) 사업권 입찰에 관심을 가지는 면세사업자들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한다. 설명회에는 롯데와 현대, 신라, 신세계 등 국내 4개 면세 사업자에 더해 외국계 사업자들도 참여할 전망이다.

사업권 입찰 공고가 나오면서 국내 면세사업자들은 고심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국내 1위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는 2023년 인천공항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 재진입 기회를 꾸준히 모색해 왔고, 지난달 전담 TF를 꾸려 조직 세팅을 완료했다.

재무와 MD, 영업, 마케팅 등 주요 부서 인력 10여 명을 중심으로 사업성 분석과 전략 검토에 들어갔다. 롯데는 국내 1위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 협상력이 최강이며, 마케팅·프로모션 역량도 타사 대비 압도적이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정성평가 비중이 60%로 높아진 만큼, 상품 구성과 고객서비스·마케팅 항목에서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다.

현대면세점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재무적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인천공항 입찰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조건을 차분히 따져보고 있다. 현대의 강점은 재무 안정성이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투자 여력을 확보했고, 현대백화점의 MD 노하우와 VIP 고객층을 면세점과 연계할 수 있다. 반면 시장점유율 4위에 머무는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등이 약점이다. 정성평가에서 롯데나 신라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입찰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2023년 공개입찰 당시 최저수용단가보다 60% 이상 높은 금액을 써내 DF1·DF2 사업권을 따냈지만, 매월 수십억 원대 적자가 이어지며 결국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했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손익 구조가 성립되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다만 앞서 사업권 반납 경험이 있기에, 정성평가 항목에서 페널티 가능성이 있다. 평가에선 정성평가가 중요하기에 반납 페널티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호텔신라의 강점은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와 럭셔리 고객층 확보, 장기 면세점 운영 경험이다. VIP 서비스 역량과 호텔신라 브랜드 신뢰도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소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신세계그룹의 유통 노하우와 이마트 물류 인프라, 온라인 면세 역량이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치열한 고가 경쟁으로 번지기보다는, 최저수용단가 근처에서 소폭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초박빙 입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과거 손실 사례를 통해 사업성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무리한 베팅을 감행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더딘 업황 회복도 부담이다. 달러 고환율 1400원대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개별 여행객 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비패턴도 변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내년에도 낮아질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고, 업황 자체가 올해만큼 내년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자들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인천공항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우니 BEP(손익분기점) 맞추는 선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유럽 등 외국계 면세점 사업자들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다만 실제 참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물류 인프라 구축, 국내 운영 경험, 공항 내 협업 구조 등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사업 계획의 구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정성평가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사업자들이 국내 운영 경험과 정성평가 대응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고려할 때 국내 사업자 선호 기류가 읽힌다"고 말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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