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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금융에도 화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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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2. 17. 19:01

한상욱 사진
은행은 관치산업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는 단점만은 아니다. 엄격한 규제와 까다로운 법적 요구 사항이 적용되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산업이기도 하다.

은행들은 정부가 구축한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 정부는 금융정책 수행을, 은행은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각각 목표로 삼으며 호흡을 맞춰온 것이 그간 국내 은행산업 발전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최근 은행권에서는 정부 정책과의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고,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산정해 온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을 제외하도록 한 것으로, 현 정부 출범 당시 제시된 주요 금융 공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은행들이 부담해 온 각종 의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대출금리를 낮춰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에서다.

정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정부가 요구해 온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영향도 분명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은행이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등 고육책을 동원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수요 급증과 총량 관리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추진됐던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 역시 적잖은 혼선을 낳은 바 있다.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금융감독원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감독 기구가 기존 2곳에서 4곳으로 늘어나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사와 소비자는 물론 금융당국 구성원들로부터도 공감대를 얻지 못하자, 정부는 해당 개편안을 결국 철회했다.

정부의 구상은 분명하다. 그간 '이자 장사'를 통해 호실적을 거둬온 은행들이 이제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은행은 관치산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영리기업이기도 하다. 은행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들의 지속 가능한 실적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 은행의 출혈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금융 정책은 결국 은행산업의 장기적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반쪽짜리'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고환율 기조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은행권의 호흡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정책과 시장 간에 불협화음이 아닌, 조화로운 화음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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