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의로] 감시대상 자처한 李 대통령…생중계 결단 더 빛나려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8010010268

글자크기

닫기

홍선미 기자

승인 : 2025. 12. 19. 07:02

이재명 대통령,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를 두고 긍정 평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한다.

'국민 주권 정부'를 내건 이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들께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겠다"는 의지로 국무회의, 타운홀 미팅, 언론 백브리핑 등 공개할 수 있는 내용 대부분을 과감하게 개방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부처 업무보고는 이재명 정부 생중계의 하이라이트다. 각 부처 현안을 두루 꿰고 집요하게 질문하는 대통령과 명쾌하게 또는 진땀을 흘리며 대답하는 공직자들은 전에 없던 풍경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이 대통령 스스로 "요새 넷플릭스보다 (업무보고가) 더 재밌다는 설이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을 향해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엄청난 경제제재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장면은 국민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쿠팡 피해자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줬다.

그런데 사상최초 업무보고 생중계가 '효능감'만 주는 건 아닌 것 같다.

소위 '책갈피 달러 반출' 논란으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이 업무 담당 기관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불편한 장면이 연출됐고, 이 대통령은 급기야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질책하기 까지 했다.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건보) 적용을 검토하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은 1000만 탈모인을 기쁘게 했지만 건보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건보료를 깎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는 죽음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고, 이 대통령의 '환빠'(환단고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 발언은 소모적인 정치적, 역사적 논란을 낳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8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업무보고 등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선택한 것은 스스로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실수와 정제되지 않은 모습까지 모조리 공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결단은 분명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사전 논의가 부족해 보이는 대통령의 지시, 소모적인 논쟁의 촉발 등 역기능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시 대상'을 자처한 이 대통령의 결단이 더 큰 빛을 발하기 위해 생중계의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다.
홍선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