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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엡스타인 파일 1차 공개...트럼프 없고 클린턴 사적 사진 대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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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20. 13:15

트럼프 관련 '새로운 스모킹 건' 없어
선별 공개 논란 확산...미완의 공개
2·3차 문서, 정치 지형 가른다
USA-TRUMP/EPSTEIN-FILES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문서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오랜 측근이자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 등과 함께 수영하는 장면이 포함됐다./로이터·연합
미국 법무부는 19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수사 문서 수천 건을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연방의회가 법무부에 모든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강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Epstein Files Transparency Act)'에 따른 첫 번째 조치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전체 분량의 일부에 불과해, '전면 공개'라는 법 취지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공개된 자료의 핵심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행적이다. 특히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대거 포함된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은 거의 발견되지 않아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US-POLITICS-JUSTICE-EPSTEIN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문서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한 여성과 욕조에 있는 장면이 포함됐다./AFP·연합
◇ '욕조 속 클린턴'… 충격적인 미공개 사진들

법무부가 이날 오후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1차 자료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 및 그의 오랜 측근이자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과 함께 있는 사진 수십 장이 포함됐다. 사진 속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실내 수영장과 온수 욕조에서 맥스웰, 그리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들과 밀접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포착됐다.

법무부는 일부 사진에서 얼굴이 검게 가려진 인물에 대해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 또는 신원 보호가 필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문서에는 최소 1200명 이상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의 이름이 포함돼 있어 광범위한 비식별 조치가 불가피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공개 직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과 법무부 대변인 등은 문제의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민주당 기득권의 도덕적 파산"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게시물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조롱성 표현을 담아 논란을 키웠다.

Justice Department Jeffrey Epstein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문서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팝가수 고 마이클 잭슨, 다이애나 로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 포함됐다./AP·연합
◇ 트럼프 '스모킹 건' 없어… "의도적 누락인가, 결백의 증거인가"

반면 이번 1차 공개 분량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새로운 '스모킹 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1990년대 엡스타인과 사교적 교류를 했다는 사실, 과거 공개된 파티 사진과 전용기 탑승 명단 등 이미 알려진 자료 외에, 추가적인 범죄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건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2일 공개한 19장의 사진과 대조된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영화감독 우디 앨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우파 논객 스티브 배넌 등이 엡스타인과 함께 등장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진도 3장 포함됐었다.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자료는 추가적인 법률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공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의도적으로 뒤로 미룬 '선별적 공개'라고 반발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십만 페이지 중 극히 일부만, 그것도 정치적 타격이 큰 자료 위주로 공개한 것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미완의 공개… '투명성' 논란

법무부는 이번에 수만 페이지 분량을 공개했지만, 전체 분량은 수십만 페이지에 달한다. 상당수 문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진행 중인 수사를 이유로 전체가 검게 가려져 있어 실질적인 내용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법이 요구한 법무부 내부 보고서, 수사 판단 과정, 이메일 등 핵심 자료는 이번 공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이 규정한 '30일 이내 전면 공개' 원칙을 법무부가 사실상 위반했다며, 팸 본디 법무장관의 의회 출석과 추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 엡스타인의 죽음과 남겨진 의혹들… 2·3차 공개 파장

2019년 뉴욕 맨해튼 구치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엡스타인의 사인은 공식적으로 자살로 결론 났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문서에는 엡스타인의 마지막 수감 생활 기록과 교도소 CCTV 영상 일부가 포함됐으며, 관리 부실 정황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엡스타인이 사망 전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 "트럼프는 그 소녀들에 관해 알고 있었다"고 적힌 모호한 문구가 다시 공개되면서, 향후 추가 문서에서 그 맥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만들어낸 엡스타인 음모"라며 강하게 부인해 왔다.

이번 사태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 간 사활을 건 폭로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앞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추가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혀,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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