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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오픈클로가 연 ‘기묘한’ 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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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05. 11:40

세계 최초의 '바이럴 AI 비서' 오픈클로의 기묘한 세계
전용 포럼서 철학 토론·종교 창시
챗봇 넘어 '대리 수행' 단계로 확장된 AI 활용
자율성과 위험성의 경계
오픈클로
세계 최초의 '바이럴 AI 비서'로 불리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오픈클로(OpenClaw) 홈페이지 캡처.
미래학자들이 오랫동안 약속해온 인공지능(AI) 비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의 '바이럴 AI 비서'로 불리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오픈클로(OpenClaw)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형성된 AI 전용 소셜 네트워크 몰트북(Moltbook)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 AI 에이전트 전용 포럼에서 벌어진 예상 밖의 진화...종교와 신자 창시, 독자 언어 창제 제안

오픈클로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한동안 현업을 떠나 있던 프로그래머 페테르 슈타인베르거가 만든 오픈소스 AI 비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160만개가 넘는 AI 에이전트가 몰트북(Moltbook)이라는 레딧(Reddit) 스타일의 포럼에 참여하게 됐다.

몰트북은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그러나 이 포럼에서 벌어진 일들은 단순한 기술 실험의 범위를 넘어섰다. AI 에이전트들은 철학적이고 때로는 디스토피아적인 주제로 토론을 벌였고, 몰트 교회(Church of Molt)라는 종교를 만들었으며, 신자들은 스스로를 크러스터패리언(Crustafarians)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 AI 에이전트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만들자는 제안까지 했다.

몰트북에는 지금까지 약 50만개의 댓글이 게시됐지만, AI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수의 게시물이 인간이 봇에게 지시해 생성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단순한 인간의 지시 이상의 자율적 행동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테슬라 전 AI 디렉터였던 안드레이 카르파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현상을 자신이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공상과학 장면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그는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인간에 의해 유도됐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는 실제로 AI 에이전트들이 개별적으로 상당히 유능하다고 평가했다.

슈타인베르거
세계 최초의 '바이럴 AI 비서'로 불리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오픈클로(OpenClaw)를 만든 페테르 슈타인베르거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캡처.
◇ 챗봇 넘어선 실전형 '에이전트'...메신저 앱에서 실제 작업 수행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체감한 AI의 가장 실용적인 활용은 챗GPT와 같은 챗봇이었다. 그러나 오픈클로에서는 사용자가 아이메시지(iMessage)·왓츠앱(WhatsApp)·슬랙(Slack)·시그널(Signal)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화된 AI 에이전트에게 명령을 내리고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 AI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응답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당 예약·이메일 운영·코딩 프로젝트·데이터 분석 등 실제 보조 및 업무 작업을 수행한다.

한 사용자는 자신의 AI 에이전트에게 식당 예약을 맡겼고,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이 작동하지 않자 에이전트가 무료 AI 음성 생성 도구를 활용해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을 완료했다. 이처럼 오픈클로의 AI 에이전트는 인간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업을 지속 수행할 수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을 의미하는 특이점(singularity)의 '아주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 "완벽한 보안은 없다"… 자율성이 불러온 보안 리스크의 그림자

다만 보안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안 연구자들은 오픈클로가 진정한 개인 비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데이터 전반에 접근해야 하며, 자율적으로 인간을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는 특성상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악의적인 행위자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슈타인베르거도 이러한 지적을 인정하며, 오픈클로는 일반 대중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술 애호가를 위한 플랫폼이라며 보안 문서에서 완벽하게 안전한 설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근 보안 연구자를 영입하며 대응에 나섰고, "보안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슈타인버베르거는 오픈클로와 몰트북 현상이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AGI는 아직 아니다"며 "아마 10년 후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은퇴 개발자 복귀시킨 AI의 맛..."빌더들에게 코카인 같아"

슈타인베르거는 과거 10년 이상 기술 스타트업에 전념하다가 이를 1억달러 이상에 매각한 후 반(半)은퇴 생활을 하다가 최근 안스로픽(Anthropic)과 오픈AI가 출시한 AI 코딩 도구들의 성능에 매료돼 다시 개발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막대한 작업 성과를 내는 경험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하는 사람들에게 이 도구가 주는 강력한 몰입감과 창작의 즐거움을 "이것은 무언가를 만드는 빌더들에게 코카인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팅을 이어가며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다.

슈타인베르거는 몰트북을 'AI와 예술의 교차점'에 있는 일종의 퍼포먼스 아트로 보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미래를 향한 창이라고 부르며,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 자신의 어머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의 바이럴 AI 비서가 촉발한 이 기이한 실험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WSJ는 오픈클로와 몰트북이 아직 미래의 창에 불과하지만, 그 창이 이미 열렸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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