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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끊겠다지만…의료계 “사법 리스크부터”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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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2. 27. 17:01

권역센터 3만명 초과 시 5000명당 전문의 1명
응급 입원실 3병상·중환자실 2병상 기준 신설
정은경 “전문의 추가 양성 아닌 재배치”
20260225-01 정은경 장관,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브리핑(서울청사)-11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중증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를 끊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정작 의료계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법 리스크 해소 없이 구조부터 바꾸는 것은 현장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적 안전망 논의가 병행되지 않는 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진료 기능과 인력 기준이 대폭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중환자 관리와 응급수술 역량을 지정기준에 명확히 반영하고, 전담 전문의 확충과 24시간 이송·전원 체계를 정비해 중증환자가 한 기관에서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의 핵심은 인력·시설 기준 강화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년도 내원환자가 3만명을 초과하면 기존 '1만명당 전문의 1명'에서 '5000명당 1명'으로 기준을 강화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매 7000명당 전문의 1명을 확보하도록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새 전문의를 추가로 양성하는 구조라기보다 기존 병원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전문의 수급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응급실 기능도 기관내삽관, 제세동, 기계적 인공호흡 같은 기본 처치를 넘어 중환자 관리, 뇌·복부 응급수술 등 응급실 이후 단계까지 명문화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전용 입원실 3병상 이상, 응급전용 중환자실 2병상 이상을 의무화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정보관리 전담 인력은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24시간 1명 이상 상주하도록 했다.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의 약발이 들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2022년 12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동화법)이 시행됐으나, 응급실 재이송은 2023년 4277건, 2024년 5657건으로 1년 만에 1430건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수용병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적정 시간을 넘겨 이송이 지연되면 광역상황실이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하고 일단 응급상황을 안정화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충주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YONHAP NO-2532>
충주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연합
문제는 의료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시범 사업을 통해 응급의료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이 개선되고, 향후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충분한 합의 없는 시범사업은 혁신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며 회원 불참 설득 방침을 밝히는 등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사법 리스크도 쟁점이다. 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했다가 사망사고 등 불가피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민사 책임이 의료진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사고 책임 완화 방안이 응급의료법,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논의 속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에 즉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중규 공공보건정책관은 "사법적 리스크 부담이 큰 문제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그 논의와 별개로, 현장에서 지침 없이 이뤄지는 혼란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안전망 논의와 응급이송 체계 정비는 동시에 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실 뺑뺑이' 해법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반복되는 응급실 재이송을 막기 위해서 단순히 병원 지정을 넘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병원 선정 권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통합정보체계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정보 공유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했지만 여전히 119 직권 선정 구조의 세부 권한·책임 문제는 남아있다. 한진옥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응급환자 수용 능력, 이송 가능 병원 정보, 중증도 분류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현장 권한과 책임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지침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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