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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한·중·일·인도·영국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국가 유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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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11. 24. 07:28

뉴욕상업거래소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2.3% 상승
6개국 비축유 방출량, 최대 7000만배럴...세계 일일 소비량의 절반
미, 전략 비축유의 8%, 수요 3일분 5000만배럴 방출
일, 1~2일분 420만배럴
Gas Prices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 주유소의 갤런당 휘발유 가격./사진=AP=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23일(현지시간) 미국·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소비국들의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T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1.75달러) 오른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달 26일 배럴당 84.65달러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가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9% 이상 하락했었다.

아울러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3.3%(2.61달러) 오른 82.31달러에 장을 마쳤다.

◇ 미국 주도 한·중·일·인도·영국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국가 유가 상승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미국 전역의 일반 무연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약 3.8L)당 3.409달러로 7년 만의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기자가 거주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내 주요소의 이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6달러가 많았다.

이 같은 휘발유 가격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한국·중국·일본·인도·영국 등 5개국이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미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하지만 6개국의 비축유 방출로 원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해도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방출량이 겨울철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각국 국내 수요의 수일 분에 불과하고,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여전히 미국의 증산 요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원유 증산을 억제해 비축유 방출에 대항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6개국 비축유 방출량, 6500~7000만 배럴...전 세계 일일 소비량의 절반

캐나다계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 집계에 따르면 한·미·일·중 등 6개국의 방출량을 6500만~7000만 배럴 정도이다. 이 방출량은 전 세계 일일 소비량의 절반보다 약간 많은 것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 에너지부는 올해 10~12월의 전 세계 일일 소비량이 1억 배럴을 돌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WSJ은 전 세계 일일 소비량이 1년 전보다 거의 5% 늘어난 것이라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부터의 경제 회복이 꾸준히 소비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은 비축유의 추가 방출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발표한 5000만 배럴 외에 비축유 추가 방출을 검토하는지 묻는 말에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도 백악관 브리핑에서 비축유 방출로 향후 몇 주 이내에 기름값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유가 상승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미, 전략 비축유의 8%, 5000만 배럴 방출...미 국내 수요 3일분

앞서 백악관은 이날 향후 수개월에 걸쳐 전략 비축유 5000만 배럴을 방출할 것이라며 한·중·일·인도·영국 등 다른 주요 에너지 소비국이 비축유 공급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국제적인 기름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통화를 하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오늘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미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이 다른 주요 석유 소비국과 조율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제사회가 공동 비축유 방출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의 방출량 5000만 배럴은 전략 비축유 6억 배럴의 약 8%에 상당하며 미 국내 수요의 약 3일분이다.

미 에너지부는 12월 이후 남부 텍사스주 등 비축유 거점에서 방출을 시작해 수개월간 지속하는데 3200만 배럴은 향후 다시 채우는 것을 전제로 기업에 제공한다. 나머지 1800만 배럴은 의회가 이미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신속하게 방출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 전체 비축유 4~5 방출할 듯...일본, 국내 수요 1~2일분 420만 배럴 방출

한국 정부는 전체 비축유의 약 4~5%를 방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24일 비축량을 상회하는 잉여분 중 국내 수요의 1~2일분에 해당하는 약 420만 배럴을 연내에 입찰 매각 방식으로 방출한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향후 필요하면 추가 방출도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가진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안보와 경제에서 대립하고 있지만 고유가 지속이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중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을 위해 지난 수주 동안 공격적인 조처를 했다며 이번 조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을 포함해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두 세계 강대국(G2) 간 여러 협력 징조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라고 평가했다.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략 비축유 중 원유 500만 배럴을 방출하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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