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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공동시장ㆍEU FTA 협상, 25년 난항 끝에 불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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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07. 09. 11:05

유럽 환경정책·농민 반발 등으로 협상 난항
남미공동시장 내 브라질·아르헨 갈등도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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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남미공동시장 시정위원회의./AP 연합뉴스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더 이상 힘을 소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초대형 자유무역지대 창설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8일(이하 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남미공동시장 공동시장위원회의(외교장관회의)가 열렸다.

에페통신 등에 따르면 회의를 주재한 의장국 파라과이의 루벤 라미레스 외교장관은 "진전도 없고 결과도 기대할 수 없는 협상에 계속 집중해선 안 될 것"이라며 "우리와 비슷한 시장 개방의 의지를 갖고 있는 국가나 경제공동체와의 FTA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미레스 장관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가 남미공동시장과 FTA를 체결한 것을 성공적 사례로 꼽으며 10년 넘게 잠들어 있던 남미공동시장을 깨어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발언은 약 25년 간 이어져 온 EU와의 FTA 협상을 두고 한 것으로 보인다. 남미공동시장과 EU는 2019년 원론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유럽의 환경정책, 농민 반발 등에 부닥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은 "우리(남미)는 FTA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전히 EU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피로가 누적되면서 남미에서 유럽과의 FTA에 미련을 갖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미공동시장에선 내부 분열의 분위기가 감지돼 EU와의 FTA에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남미공동시장의 양대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선 9일 남미공동시장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 파라과이는 하반기 의장국 지위를 우루과이에 넘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처음 열리는 남미공동시장 정상회의에 불참한다. 아르헨티나 정상이 남미공동시장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건 초유의 외환위기를 앞두고 사회혼란이 격화되면서 페르난도 델라루아 당시 대통령이 참석을 포기한 2001년이 유일한 전례다. 특별한 사유나 이슈가 없으면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정상회의 불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극우파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최근까지 설전을 주고받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을 향해 "부패한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했고 룰라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이 멍청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응수했다.

현지 언론은 "파라과이에서 두 정상이 만나 화해하면 남미공동시장도 다시 결속을 다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밀레이 대통령의 불참으로 기대가 무산됐다"며 EU와의 FTA 타결 가능성도 멀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남미공동시장은 1991년 아순시온조약으로 태동한 남미의 경제공동체다. 정회원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이다.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볼리비아 등 7개국은 준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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