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내 잘못 모아 윗선에 제출" MBC 관계자에 고충 토로했으나 "내부적으로 잘 풀라" 원론적 조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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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고(故) 오요안나./오요안나 SNS 캡쳐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의 유족 측이 고인이 생전에 남긴 일기장을 공개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더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8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오씨의 유족 측이 공개한 이 일기장에는 “선배들이 내 잘못을 샅샅이 모아 윗선에 제출했고, 카톡방에서 쉴새 없이 날 욕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당신들이 나를 아니라고 하는게 너무 고통스러워, 배우거나 연습하기 보단 회피하려 술이나 마셨다”라고 괴로움을 호소하는 내용도 확인됐다.
오씨는 일기를 쓰기 이틀 전 MBC 관계자와 재계약 논의로 만난 자리에서도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는데 사과를 하지 않아 마찰이 생겼다.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당시 MBC 관계자는 “선후배간에 항상 좋은 얼굴만 볼 수 없다. 내부적으로 잘 풀면 되는 것”이라고 원론적 조언만을 건넨 것으로 유족 측은 전했다.
오요안나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2021년 입사해 활동하던 중 지난해 9월 유명을 달리했다. 이 사실이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지고, 지난달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고(故) 오요안나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문화방송(MBC)에 11일부터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보다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위해 MBC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향후 법적 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씨의 사망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유족과 시민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