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사실이나 근로자성 없어 직장 내 괴롭힘은 아냐"
유족·시민단체, "납득 안되는 결과, MBC에 면죄부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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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19일 '고 오요안나씨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련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고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고용부가 지난 2월 1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직접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는 MBC 전반의 조직문화와 인력 운영 상태 등도 포함됐다.
고용부는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각각의 독립·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명확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문화 속에서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 행위로 이어졌다"고 봤다.
또 해당 기상캐스터 개인뿐 아니라 MBC 조직 전반에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감독 기간 중 MBC 직원 2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45.6%에 해당하는 115명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기상캐스터가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하고 개인 영리활동을 해 온 점,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고인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유족 등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사에 면죄부를 주는 판단"이라며 규탄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고 책임 지지 않는 관행에 면죄부를 줬다. 나아가 근로자성을 지우는 위법·불법 컨설팅이 범람하도록 힌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장연미씨는 "고용부가 이러한 결과를 내놓은 상황에서 MBC가 책임을 지겠나.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MBC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