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중 ‘수주 제로(0)’ 즐비…“수주전 지양·선별 수주 영향”
서울 분양시장도 분양 연기로 ‘썰렁’…올해 분양 ‘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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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노른자'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에서조차 시공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건설사들이 공급도 미루고 있어 서울 분양 시장에서도 냉기가 감돌고 있다. 침체해있는 건설·부동산 경기의 원인이 단기간 해결되긴 쉽지 않다는 점을 미뤄 당분간 건설사들의 사업 방향 결정 어려움도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중 시공사 선정 일정이 미뤄지는 유찰을 겪고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재건축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에서는 현대건설만이 시공 의사를 밝히며 시공사 선정 시기가 미뤄지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송파구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GS건설만이 단독 입찰하며 시공사 재입찰에 나서게 됐다.
개포주공 6·7단지와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 프로젝트는 시장은 물론 대형 건설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사업이다. 개포주공의 경우 지상 최고 35층·2698가구를 짓는 대형 사업으로, 총공사비만 1조5139억원에 달한다. 잠실 우성 1·2·3차 또한 최고 49층·268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사업인 만큼, 총공사비가 1조7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시공사 선정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배경은 건설사들이 '수주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급격한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를 해도 남는 수익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주 경쟁이라도 이뤄질 경우 조합의 표심을 얻기 위해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에선 각각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이 맞붙어 파격적인 혜택을 조합 측에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가 바뀌고 어느덧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마수걸이 수주를 기록하지 못한 곳이 많다.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10곳 가운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이 아직 수주 깃발을 꽂지 못한 상황이다.
분양 시장에서도 건설사들이 일정을 다소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분양에 나섰다 하면 '완판'(100% 계약 완료)을 이루는 곳이 적지 않은 서울에도 공급 일정을 미루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청약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되던 롯데건설의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의 분양 시기가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또 서초구 반포동 삼성물산의 '래미안 트리니원', DL이앤씨의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등도 당초 올해 상반기로 분양 일정이 계획되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잡히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 고금리·대출 규제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조차 미분양 아파트가 나오고 있는 점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아파트 분양의 흥행은 보장되어 있지만, 물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는 곳이 많은 것"이라며 "경기 침체·대출 규제 영향으로 강남 등을 제외한 서울 등 수도권에서 흥행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후 미뤘던 분양에 나서려는 건설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