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일주일 사이 1400여명 체포된 튀르키예에선 무슨 일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26010014283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26. 14:06

APTOPIX Turkey Politics <YONHAP NO-2387> (AP)
튀르키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체포된 이후 반정부시위가 일주일 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경찰들 앞에 앉아 있는 대학생 시위대의 모습/A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터키에서 반정부시위가 일주일 가량 지속되는 가운데 학생·언론인·변호사 등을 포함해 1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야권 대선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체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터키의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AP통신·CNN·BBC 등에 따르면 터키에선 지난 19일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유력 대권주자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구금된 이후 일주일 간 벌어진 항의 집회와 시위로 1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알리 옐리카야 내무장관은 전날 이번 시위로 1418명이 체포됐고 현재 979명이 구금되어 있다며 "거리를 공포에 떨게 하려는 사람들에게 양보는 없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총리와 대통령으로 튀르키예를 22년 간 통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다. 지난해 여당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기며 이스탄불 시장에 재선된 이마모을루 시장은 곧 공화인민당(CHP)의 차기 대선 주자로 선출될 예정이었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튀르키예 검찰은 대선 주자 선출을 며칠 앞두고 돌연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PKK의 정치조직 쿠르드사회연맹(KCK)을 지원하고, 뇌물을 받고 입찰을 조작했다며 테러와 부패 혐의로 그를 체포, 기소했다. 튀르키예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과 함께 구청장 2명과 보좌관 등 47명을 함께 체포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사법부는 독립적이고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주요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체포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 이후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대도시에선 일주일 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와 구금이 10년 만에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거리 시위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와 유엔도 튀르키예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하고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튀르키예 당국의 강경대응으로 AFP통신의 사진기자 등 언론인도 7명이 체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까지다. 현행법에 따르면 더 이상 연임할 수 없지만 조기 선거를 실시하거나 헌법을 개정해 장기 집권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점점 더 권위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튀르키예 정치의 "위험한 전환점"이라고 지적한다.

수도 이스탄불의 시장이자 야권의 대선후보인 이마모을루의 체포 여파는 튀르키예 경제에도 타격을 안겼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로 훼손된 법치와 대규모 시위에 대한 우려로 외국 자본들이 무더기로 튀르키예를 빠져 나갔다. 이에 지난주 이스탄불 증시는 16.6% 내리며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고, 리라화 가치는 지난 19일 한때 1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리라화를 방어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해 지난 19일에만 115억 달러(약 16조 8000억 원)를 투입했다. 25일에는 메흐메트 심셰크 튀르키예 재무장관과 파티흐 카라한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가 해외 투자자들과의 화상 회의를 통해 "시장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할 것"이라 밝히며 외국인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날 회의 이후 이스탄불 증시는 약 4.5% 상승하고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도 소폭 상승하는 등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해 이어지고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구호 등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