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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의식?’ 지진 참사 미얀마 군정, 대만 구조대 파견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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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31. 11:13

epaselect MYANMAR EARTHQUAKE <YONHAP NO-1036> (EPA)
30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의 스카이 빌라에서 미얀마와 중국 구조대원들이 피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EPA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지난 28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초토화 된 미얀마가 대만의 구조대 파견을 사실상 거절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본지 취재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번 미얀마 강진 피해 수습을 위한 대만의 구조대 파견을 사실상 거절했다. 대만은 지난 28일 미얀마 강진 발생 이후 즉시 의사·간호사·구조 기술자 등을 포함한 126명의 구조인력, 구조견 6마리와 구조 작업에 필요한 장비·물자 등 15톤을 꾸려 미얀마와 태국에 구조대 파견을 타진했다. 하지만 48시간 넘게 미얀마 군사정권의 수락과 파견을 기다리던 구조대는 결국 미얀마와 태국으로 향하지 못했다.

대만 내정부는 "미얀마에 이미 국제 구조대 13팀이 배치됐고 추가로 13팀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며 "피해국의 현지 상황과 국제 구조대 수용 계획 등을 고려해 구조 역량이 충분한 상태라 판단, 구조대의 (미얀마 파견) 대기 해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대만 소식통은 본지에 "미얀마 군사정권이 구조대를 파견하겠다는 대만의 제안에 회신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태국은 자체 역량으로 구조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미얀마의 상황이 워낙 열악한 탓에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파견을 준비하던 대만 구조대 인원들은 현재 정상 근무 체제로 복귀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진 발생 이후 중국의 구조대는 즉각 수용했다.

대만에는 약 4~5만명 가량의 중국계 미얀마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진원지와 가까운 만달레이에는 중국계 미얀마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1949년 중국의 국공내전이 끝난 이후 패배한 국민당 부대가 국경을 넘어 미얀마로 피신했고 이들 중 일부는 대만으로 건너갔다. '리틀 버마(미얀마)'라 불리는 대만 타이베이의 화신제의 주민들이 미얀마 지진 발생 이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유다. 대만 적십자사도 미얀마의 이번 지진피해 지원을 위해 5만 달러(7347만원)을 기부했고 대만 내 불교 단체들도 성금 모금에 나섰다.

군부에 맞서고 있는 미얀마 시민단체 시민불복종운동(CDM)의 현지 소식통은 30일 본지에 "군정의 지원도, 국제구조단체도 보이지 않는다. 이틀(28~30일)동안 자원봉사자들이 맨 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어쩌다 군인들이 나타나도 구조작업을 거들기는 커녕 '감시'하는 것 같이 행동한다"며 "피해가 특히 심각한 만달레이와 사가잉에선 높은 기온과 더운 날씨로 곳곳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군정의 구조작업조차 없는데 어떻게 구조대를 보내겠다는 제안을 정치적 이유로 거절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도 "사가잉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사가잉이 피해를 입으면 만달레이 사람들이 도우러 가는데, 지금은 두 지역이 모두 초토화됐다"며 "사가잉은 특히 군부에 맞서고 있는 반군들의 거점인 탓에 군부가 구조·구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가 군정의 구조작업과 지원금 집행 등을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오후 12시 50분께 중부 내륙 지방, 인구 150만의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규모 6.4의 지진 등 여러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중국은 미얀마 지진 발생 이후 미얀마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은 구조대를 파견했다. 신화통신은 30일 늦은 오후에 만달레이에 도착한 중국 구조대가 5시간의 구조작업 끝에 31일 새벽 붕괴된 호텔 잔해에서 첫번째 생존자 1명을 구출해냈다고 보도했다. 이 생존자는 잔해에 약 60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30일 기준, 이번 지진으로 인해 2028명이 사망하고 3408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가능성을 71%로 추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의 비상사태인 '3급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800만 달러(약 117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도 미얀마 강진 피해를 돕기 위해 1억 스위스프랑(약 1억1천500만달러·한화로 약 1669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제기구들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피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될 것"이라 경고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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