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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자 표기법 어긋난 여권 이름 변경 거부한 외교당국…法 “행복추구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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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5. 04. 21. 08:24

성명 표기는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영역
法 "공익 중대 훼손 아닌 이상 가급적 존중해야"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연합뉴스
여권의 영문 이름이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변경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 로마자 성명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부모는 2023년 8월 A씨 명의로 여권을 신청하며 영문 이름을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게 기재했다. 이에 여권 발급 업무를 대행한 수원시는 이를 표기법에 맞게 정정해 여권을 발급했다.

이후 A씨 측은 애초 신청했던 로마자 성명으로 변경을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여권법 시행령 3조의2 1항에 따른 정정 내지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A씨 측은 "해당 로마자 표기는 영어권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이라며 "A씨의 이름이 로마자로 표기되는 외국식 이름과 음역이 일치하는 이상 그 외국식 이름을 여권의 로마자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교당국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A씨의 여권 로마자성명 변경 신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한글 이름이 로마자로 표기되는 외국식 이름과 음역이 일치할 경우 그 이름을 여권 로마자 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여권의 대외 신뢰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로마자 성명변경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명을 여권에 로마자로 어떻게 표기해 기재할지 결정하는 것도 개인의 자기 발현, 개인의 자율에 근거한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영역"이라며 "기본권 보장 의무를 지는 행정청 등은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공익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한 가급적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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