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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호산스님 “핸드폰에 갇힌 우리, 잠시멈춤(PAUSE)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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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5. 09. 22:45

부처님 법 전하자는 상월결사의 문화포교 기획
핸드폰·SNS 중독된 일상 감각적으로 연출해
"불교적 가치 담으며 불교색 옅게 만든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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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문화공연 '잠시멈춤' 공연을 앞두고 의정부예술의전당서 기념촬영하는 상월결사 이사장 호산스님과 국악인 최예림씨(스님 왼쪽), 이경재 연출가./사진=황의중 기자
사단법인 상월결사의 문화공연 '잠시멈춤(PAUSE)'이 10일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한다. 불교 중흥과 청년 전법을 위해 조직된 상월결사는 비보잉·뮤지컬·미디어 아트 등을 활용해 가장 불교적인 가치를 불교적이지 않은 형태에 담아 무대 위에 올린다. 중독에서 쉼 그리고 깨어남을 표현한 이번 무대는 문화로 다가는 전법 공연이자 선명상 극장인 셈이다.

개막 하루 전인 9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리허설 현장에서 아시아투데이와 만난 상월결사 이사장 호산스님(남양주 봉선사 주지)은 "세상과 문화로 소통하는 게 이 시대에 가장 맞는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이자, 전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공연을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호산스님은 "연출가를 섭외할 때도 불교적 가치를 전달하지만 너무 불교적인 색을 띠지 않고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전할 수 있는 분을 찾았다"면서 "이 공연을 통해서 극장 안에 있는 관객도 쉼을 얻고 선명상을 체험하는 경험을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호산스님은 공연을 앞두고 종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고 있다며 종정 성파스님이 쓴 '쉼'이란 휘호를 보여줬다. 실제로 10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하는 개막 공연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참석해서 치사한다. 스님은 "종정 예하께서도 '쉼'이 결국 방하착(放下着)과 같다고 보셨다"며 "조계종은 간화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종파로 우리의 문화공연이 간화선을 쉽게 다가가는 문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재 연출가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국악인 최예림씨, 길대호 보컬리스트를 비롯해 상월결사 비보이단 'EEIGHT', 상월결사 합창단, 상월결사 JH콰이어 등이 참여한다. 상월결사의 취지에 맞게끔 출연진 모두는 청년 불자들로 구성했다. 자체 제작 음악과 곡 그리고 무대 기획까지 이들이 합심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호산스님은 "한마음으로 함께 모여서 문화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젊은 친구들에게는 힘이 된다"며 "멈춘다고 해서 멈춰지는 게 아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 저절로 쉼이 된다"며 청년 세대를 위한 문화공연을 지원하는 까닭을 설명했다.

'잠시멈춤(PAUSE)' 공연은 총 4장으로 이뤄졌다. 1장 논스톱(NONSTOP)은 핸드폰·SNS에 의해 중독이 되는 과정을, 2장 스크림(SCREAM)은 중독으로 자신의 감정이 무너지는 과정을 비보잉과 뮤지컬 안무로 그려낸다. 3장 퍼즈(PAUSE)에서는 출연진과 모든 관객들이 명상을 하며 1분간의 절대적 침묵을 체험하고, 마지막 장인 4장 플레이(PLAY)는 멈춤 이후 더 자유로워진 자신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표현한다.

'잠시멈춤'은 오는 10일 오후 2시와 6시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첫 막을 올린다. 이후 6월 1일 오후 3시 구미문화예술회관, 6월 14일 오후 3시 논산훈련소, 6월 21일 오후 6시 부산시민회관에서 공연한다.

이날 리허설 현장에서 본 공연 무대는 핸드폰·SNS 중독의 심각성을 안무와 음악을 사용해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핸드폰 하나에 모든 배우의 시선과 움직임이 따라가는 모습과 함께 강한 비트의 음악은 긴장감을 더했다. 커다란 상자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핸드폰을 쥐고 있는 연출은 우리 모두 '핸드폰 속 포로'라는 것을 보여줬다. 또 온라인상 익명성에 기댄 우리 사회의 모습은 핸드폰을 뒤로해서 여러 개의 가면을 쓴 배우로 풍자했다.

이경재 연출가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탔을 때 보니까 어느 순간 모두 스마트폰만 보고 있더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손안의 휴대폰에 갇혀 있는 셈이다. 충격이었다. 아마 우리 사회에서 서로 간의 소통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시점이 이때부터란 것을 깨달았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호산스님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교적인 것을 불교적이지 않게 표현하느라 힘들었다"며 "불심이 깊은 분 입장에서 볼 때 싫어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도 솔직히 있었다. 그러나 불교 그리고 선명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쉼'의 필요성은 대중에게 더 강렬하게 각인될 것이다. 편견 없이 많이 보러 와주신다면 청년 불자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라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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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멈춤(PAUSE)' 리허설에서 선보인 핸드폰 안에 갇힌 우리의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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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멈춤(PAUSE)'은 핸드폰을 큰 상자로 표현해 오늘날의 문제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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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핸드폰 화면에만 집중하는 세태를 풍자한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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