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명 출마해 혼전, 과반 득표 어려워… 내달 1일 결선투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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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800만 명의 중부 유럽 국가인 폴란드는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보수 성향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폴란드의 민주주의 역량과 유럽연합(EU) 내 위상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자치주, 벨라루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서방 동맹국들과도 인접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전선의 핵심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주요 물류 기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구 소련 지배에서 벗어난 국가들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이번 대선은 폴란드 외교의 향방과 함께, 대서양 동맹 및 유럽 방위의 결속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
총 13명의 후보가 출마해 이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기는 어렵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여론 조사 결과 선두를 다투고 있는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와 민족주의 우파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42)가 6월 1일 결선투표를 치를 것으로 전망했다.
트샤스코프스키와 나브로츠키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방 동맹 유지에는 동의하지만, EU와의 관계 설정 및 국내 사회정책에서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보인다.
2018년부터 바르샤바 시장으로 재직 중인 트샤스코프스키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유럽연합(EU) 의사결정 구조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유럽의회 의원도 지냈다. 시민플랫폼(PO)의 핵심 인물로, 2020년 대선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친유럽 성향의 공약을 내세우며, 사법 독립 수호와 민주 제도 복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성소수자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도시의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나브로츠키는 PiS의 우경화를 상징한다. 당 소속은 아니지만, 나치 및 공산 시대 범죄를 조사하는 국립추모연구소(IPN) 소장을 지낸 보수 성향 역사학자다. 소련 기념물 철거, 애국 교육 추진 등의 활동으로 보수층의 환영을 받고 있으나, 정치 경험 부족, 반독일 정서 조장 등으로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폴란드 안보가 미국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잠재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양국 관계의 미래를 논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을 기원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PiS 지지 언론은 '대미 관계에 적합한 인물'로 부각했지만, 야권은 미국 행정부의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폴란드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 법안 거부권, 의회 해산권 등을 갖고 총리가 이끄는 정부를 견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