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일제 가격 인상
2분기 매출 SK 54%, 삼성 15% 오를듯
고부가 DDR5 비중 확대도 긍정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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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4월 말 기준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전월 대비 22.2% 급등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20% 이상 하락한 1.35달러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보합세를 보였다.
D램 현물가격도 상승 추세다. 현물가격은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거래가격을 뜻한다. 시장의 매매심리를 즉시 반영한다는 점에서 고정거래가격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2~3개월 격차를 두고 고정거래가에 반영되는 흐름을 보인다. 고성능 D램으로 평가되는 DDR5의 경우 지난 16일 현물가격이 5.49달러로 집계됐다. 4달러 중반대였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20%가량 값이 올랐다.
D램 가격이 오르는 것은 미국의 고율관세 덕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모든 교역국에 기본 상호관세 10%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10%의 기본 상호관세는 지난달 5일 발효됐고, 국가별 상호관세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7월 8일까지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본격적인 관세 정책을 염두에 둔 빅테크들의 반도체 재고 축적 움직임이 활발한 데다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 등으로 ICT 전방산업 수요도 일부 회복되면서 D램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로 분류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일제히 D램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마이크론의 경우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을 앞세워 지난달 가장 먼저 D램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률은 11%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소비자용 D램 가격을 12%가량 올렸고, 삼성전자도 주요 고객사와 DDR4 D램 등의 가격을 두 자릿수 올리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접어들며 관세 불확실성으로 고객사들의 풀인(선구매) 수요가 본격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DDR4 생산 비중이 연말에 한 자리로 감소하며, 재고 확보 목적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D램 실적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선 2분기 양사 D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추정한 2분기 D램 매출은 SK하이닉스 16조800억원, 삼성전자 14조5760억원이다. 전년 동기(SK하이닉스 10조4630억원·삼성전자 12조6490억원)와 비교해 SK하이닉스는 53.6%, 삼성전자는 15.2% 매출이 늘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하반기엔 양사 D램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객사들이 D램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하반기에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단 이유에서다. 다만 양사가 구형 D램인 DDR4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 중이고, DDR5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DDR4 생산을 사실상 종료할 전망"이라며 "DDR4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 전망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며, DDR5 매출 비중의 증가로 믹스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