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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간담회는 체코 출신의 다누에 네루도바 유럽인민당 의원(인권정책 아시아 담당 부대표)의 공식 초청으로 열렸으며, 유럽의회 내 아세아담당부서 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네루도바 의원을 비롯해 유럽의회 인권정책 관계자들과 북한자유주간 대표단이 참석했다. 대표단에는 수잔 솔티(Suzanne Scholte) 북한자유연합 의장, 장세율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자유주간 조직위원장),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이시영 자유북한방송 대표 등이 포함됐다.
◇"강제실종과 인권범죄, 국제법적 대응이 시급"
간담회는 네루도바 의원의 개회사와 참석자 소개에 이어, 수잔 솔티 의장이 진행한 북한 인권상황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솔티 의장은 "현재 국제정세의 급변 속에서 북한인권운동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유럽의회가 국제인권법 제정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대표단은 이번 제22회 북한자유주간을 통해 공개된 70인의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증언기록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는 북한 내 강제실종 인권범죄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 당국에 의해 장기적으로 실종·구금된 사례들을 탈북민의 증언으로 구성한 자료로, 국제사회의 법적 대응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핵심 인권기록이다.
이에 대해 장세율 대표는 "북한의 강제실종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중대한 인권범죄이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법적 대응뿐이다"라고 밝히고, 오는 주 유럽의회에서 논의될 북한인권 관련 세션에 해당 보고서가 공식 제출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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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단은 최근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들도 공유했다. 지난 5일 라오스에서 체포된 탈북민 2인이 중국으로 강제송환된 사건, 그리고 2023년 10월 9일 중국 당국에 의해 600여 명의 탈북민이 집단 송환된 사건 등을 언급하며, 그중 100여 명 이상이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은 최근 '평양문화어보호법', '청소년교양보장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의 악법을 제정하여 주민에 대한 감시·처벌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외부 정보 유입은 "통일을 부정한다"는 논리로 전면 차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의 최근 정책 방향이 북한 자유정보 유입에 소극적인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 정권 대응책은 민주주의와 정보"
박상학, 허광일, 이시영 대표 등은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군 병력을 파병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안보에 직결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는 "현실적 위협"이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민 내부의 민주화 계몽과 국제사회의 인권 연대라고 주장했다.
또한 탈북민들은 북한 내 남은 가족과 형제를 위해 자유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결코 멈출 수 없음을 밝히며, 유럽의회가 정보 차단 정책의 위험성과 전쟁 유발 가능성을 심각히 인식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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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를 주재한 네루도바 의원은 대표단의 발언을 경청한 후, "유럽의회 내 북한인권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곧 시작될 예정"이라며 "탈북민단체가 준비한 최근 북한인권정보보고서를 이번 주 내로 제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아울러 "본 건은 아시아 인권 의제 중에서도 중점 사안으로 상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솔티 의장은 "보고서 제출과 관련한 절차를 탈북민 인권단체들과 협의해 신속히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간담회는 유럽 내 북한인권 관련 입법 논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단은 향후 △정치범수용소 해체 △강제실종 문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정보유입 촉진 등 유럽형 북한인권법 제정의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한 후속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제22회 북한자유주간행사가 시작된 지난 8일 유럽대표단은 독일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서 헌화식을 진행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에 의해 약 6백만명의 유대인의 영혼을 기렸다. 또한 냉전과 독일 분단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같은날 저녁에는 독일 베를린한인회 사무실에서 '독일의 평화로운 통일, 한국의 희망'(독일통일과 자유에 관한 한-독대화)주제로 통일 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박인숙 민주평통 베를린지회 지회장, 박병옥 간사를 비롯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독일의 북한 인권 단체인 'SARAM'(사람)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솔티 의장은 "독일의 평화적 자유통일은 한반도 통일의 희망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남북의 첨예한 대치상황이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우리의 인권 활동으로 북한 주민의 의식이 계몽될 때 평화통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독일의 한인들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전쟁과 함께 탈북민사회와의 북한갈등의 골을 먼저 통합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에도 유럽대표단과 '사람', 민주평통, 독일 나우만재단, 싱크탱크 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140개 단체들이 공동 결의한 유럽형 북한인권법 제정을 골자로 하는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베를린선언문"의 내용을 토론하고 공동으로 채택하는데 합의했다.
베를린선언에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ICC 회부 및 최고지도부 형사책임 촉구 △강제북송 금지 및 탈북민 보호 제도화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보장 및 정보 유입 확대 △탈북민 정착지원을 위한 포괄적 체계 구축 △인권범죄 가해자에 대한 유럽연합(EU) 제재 강화 △'EU 북한인권특별법' 제정 촉구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