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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칼럼] K-방산의 진짜 전쟁 이제 시작: 계약서가 전차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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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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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계약서가 곧 전장이다

한국의 K-2 전차가 폴란드에 17조원 규모로 수출된 것은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다. 이 역사적인 계약 뒤에는 치밀한 법률 조항, 외교적 줄다리기, 산업 협력의 복잡한 퍼즐이 얽혀 있다. 전차를 쏘는 군인이 아닌, 계약서를 무기로 싸우는 'K-방산 변호사'들이 이 전장의 숨은 주역이다.

K-2 수출은 단순히 전차를 넘기는 거래가 아니라, 폴란드 현지에서 조립하고, 생산하고, 정비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협력이다. 현지 고용법, 환경규제, 지적재산권까지, 낯선 법률의 미로를 헤쳐 나가야만 계약이 성사된다. 이제 방산 수출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계약의 기술'에 달렸다.

실제로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 계약 규모 및 계약 구조를 보면 그 복잡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폴란드와의 제1차 계약은 약 124억 달러(약 17조원) 규모로,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이 포함되었다.

바로 지난주 제2차 계약은 약 65억 달러(약 8.8조~9조원) 규모로, K-2 전차 180대(117대는 현대로템 생산, 63대는 폴란드 PGZ 현지 생산)와 현지 생산 시설 구축이 포함된다. 이는 폴란드 현지 생산·정비 포함한 복합 계약으로, 총 계약 규모는 1차와 2차 계약을 합쳐 약 17조원에 달한다.

폴란드 계약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금융 지원 등 복잡한 협상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법률 전문가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현지 생산 요구와 기술 이전 협상은 현지 법률(고용법, 환경규제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K-방산 전문 변호사가 계약 조정, 현지 법률 준수, 리스크 관리, 분쟁 대응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분절된 행정, 흔들리는 K-방산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방산 수출 시스템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정원이 각자 움직이며, 업체들은 "누구에게 먼저 물어야 하나?"라며 혼란에 빠진다. 통합된 컨트롤타워도, 체계적인 지원 플랫폼도 없다. 부처 간 책임은 흐릿하고, 기회는 흩어진다.

폴란드 수출 성공 이후 유럽 시장을 노리는 K-방산의 꿈은, 이 분절된 행정 구조로는 요원하다. 더 큰 문제는 방산 수출이 외교, 안보, 경제를 아우르는 국가 전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외교적 동맹의 상징이자, 안보 협력의 약속이며, 산업 성장을 이끄는 씨앗이다. 그런데도 컨트롤타워 없는 방산 수출은 기회를 놓치고 리스크만 키운다.

◇중소기업의 법률 전쟁, 누가 지켜줄 것인가

폴란드에 K-2 전차 생산 공장이 들어서면서 중소 방산기업의 현지화가 필수 과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현지 법률은 미지의 정글이다. 고용법, 환경규제, 산업재산권 같은 복잡한 규제를 감당할 자원도, 경험도 부족하다.

여기서 K-방산 변호사의 역할이 빛난다. 그들은 법률 리스크를 관리하고, 중소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다. 이들의 펜은 전차보다 강력한 무기다.

◇K-방산법, 글로벌 무대의 필수 무기

K-방산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 방산 수출을 단순한 수출품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는 'K-방산법'이 절실하다. 이 법은 계약, 금융, 기술 이전, 리스크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막강한 전차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전차가 만들어지기 전에 세워지고 사인을 하는 치밀한 전략과 계약서다. K-방산의 진짜 전쟁은 전장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시작된다. 지금, 계약서로 무장한 K-방산 변호사와 제도가 세계 시장을 향한 K-방산의 새 역사를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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