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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비서실장이 밝힌 트럼프 행정부 권력 구조와 미래 권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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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17. 08:24

'얼음 여왕'이 평가한 트럼프와 측근
"트럼프, 알코올중독자 성격"
"밴스, 음모론자...루비오, 원칙론자"… 2028년 대선 후계 전쟁 서막
"베네수엘라 작전, '레짐 체인지' 목표"
Trump Chief of Staff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이 2월 4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있다./AP·연합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을 둘러싼 '트럼프 월드'의 민낯을 드러낸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워싱턴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선거 전략을 진두지휘해온 인물로, 백악관 규율을 관리하는 '얼음 여왕(Ice Maiden)'이자 언론 노출을 피하는 '그림자'로 불려온 그녀가 집권 2기 첫해 동안 11차례에 걸쳐 미국 월간지 배니티 페어(Vanity Fair) 인터뷰에 응해 사면·보복·관세·베네수엘라 군사작전 등 핵심 현안을 두고 속내를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내부 권력 경쟁, 특히 2028년 대권 경쟁의 서막을 비추는 예고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USA-TRUMP/USAID-WILES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11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세르히오 고르 신임 주인도 미국대사 축하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밝힌 트럼프 알코올중독자의 성격과 보복 정치
트럼프 "술 마셨으면 중독됐을 것...와일스, 환상적"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술을 마시지 않지만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못 할 일은 전혀 없다고 보는 시각으로 행동한다. 아무것도, 제로,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및 유명 스포츠캐스터라는 화려한 이력 뒤에 알코올 중독을 안고 살았던 부친을 거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전형적인 '강한 성격(big personalities)'의 인물에 관해 "어느 정도 전문가"라고 말했다. "고도 알코올 중독자나 일반 알코올 중독자들의 성격은 술을 마실 때 과장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성격'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NYP) 인터뷰에서 기사를 읽어보진 않았다고 하면서도, 와일스가 자신을 "알코올중독자의 성격"이라 표현한 데 대해 "나도 예전에 스스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받아넘기며, 트럼프 대통령은 알코올 중독자였던 형을 거론 "술을 마시지 않는 게 행운"이라며 "소유욕이 강하고 중독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만약 마셨다면 정말 그랬을(중독)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와일스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오, 그녀는 환상적"이라고 답했다.

와일스는 또 자신의 핵심 임무 중 하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심리를 관리하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집권 2기 취임 후 90일 안에 '설욕(score-settling)'을 마무리하자고 느슨하게 합의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기소가 대통령의 보복 욕구에서 적어도 부분적으로 비롯된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녀는 "어떤 경우에는 보복처럼 보일 수 있다"며 "때때로 그런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만, 누가 그를 탓하겠는가. 나는 아니다"고 말했다.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흔히 묘사되는 것처럼 '화를 잘 내거나 변덕스럽지 않다'면서도 보복하려는 무자비함과 결의를 인정했다고 AP통신이 평가했다.

와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11월 6일 새벽(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승리 집회에서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단상으로 불러내 소감을 말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와일스 위원장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와일스 위원장을 차기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했다./AP·연합뉴스
◇ 와일스, 사면·관세·추방 정책서 트럼프와 충돌

와일스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가담자의 사면, 고율 관세 부과,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 등 가장 논쟁적인 결정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1·6 폭력 시위대 중 가장 폭력적인 이들은 사면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관세 발표도 참모진 사이에 '엄청난 의견 불일치(huge disagreement)'가 있으니 보류하자고 했으나, 트럼프는 결국 이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관세 정책의 결과가 "예상보다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 자녀를 둔 여성을 쫓아낸 사례에 관해 와일스는 "어떻게 그런 실수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책 집행 과정의 문제를 인정했다.

◇ 엡스타인 파일 관련 본디 법무장관 직격 "헛발질"

와일스는 친구이기도 한 팸 본디 법무장관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리 방식이 "완전히 헛발질(whiffed)"이라고 비판했다.

와일스는 본디 장관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새 정보가 거의 없는 두툼한 바인더(binders full of nothingness)'를 나눠준 뒤, '목록'이 자신의 책상 위에 있다고 말해 지지층의 기대를 부풀렸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클라이언트 리스트란 건 존재하지 않고, 분명히 그녀 책상 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수년간 주장해 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엡스타인 섬 방문'에 대해 "그런 증거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점에 관해선 틀렸다"고 못 박았다.

USA GOVERNMENT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EPA·연합
◇ '음모론자'·'광신도'·'괴짜'...트럼프 측근들에 대한 평가와 2028년 대권 경쟁 구도

와일스는 트럼프 핵심 측근들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는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수준의 언급을 쏟아냈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을 "10년 동안 음모론자"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밴스 부통령이 상원의원 출마를 계기로 입장을 바꿨는데, 정치적인 '전향'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플로리다주 출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에 대해선 "마코는 자신의 원칙을 위반할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절대 그렇지 않아 그것(트럼프 대통령 지지)에 도달해야만 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와일스의 발언에 담긴 '중요한 함의'는 2028년 트럼프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조용한 경쟁(quiet rivalry)'"이라며 "두 사람 사이에 둔 차이점은 그녀가 같은 플로리다주 출신인 루비오를 '마가(MAGA·트럼프 핵심 지지층)' 친화적인 밴스보다 더 밀어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와일스는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우파적인 절대적 광신자(a right-wing absolute zealot)'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5개월 동안 정부효율부(DOGE)를 이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천재이지만 괴짜(odd duck, as I think geniuses are)"라며 "자인한 케타민 사용자(avowed ketamine user)"라고 평가했다.

와일스는 머스크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한(evisceration)' 한 과정을 두고 "처음엔 경악했다"며, 해외 원조 현장 인력들이 "매우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미군 남부사령부가 11월 1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전날 테러 조직이 운영하는 선박에 대해 치명적인 물리적 공격을 가했다며 공개한 동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 와일스 "베네수엘라 작전, '레짐 체인지' 목표, 지상 공격시 의회 승인 필요"

와일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의 마약 운반선을 폭격하고 유조선을 나포하고 있는 것의 주목적이 마약 밀매 차단보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는(regime change)' 데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는 마두로가 항복할(cry uncle) 때까지 보트를 계속 날려버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와일스는 예고해 온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영토 내 시설·표적 공격을 명령하는 것은 전쟁 행위에 해당하므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NYT는 와일스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잠재적 군사 행동과 관련해 대통령의 권한과 의회 승인 필요성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 와일스 "악의적 편집 기사" 반박, 그러나 인용은 부정 안 해

기사가 공개되자 와일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새벽에 공개된 기사는 나와 최고의 대통령 및 백악관 직원, 내각을 대상으로 한 부정직하게 꾸며진 악의적 기사"라고 썼다.

그녀는 "중요한 맥락은 무시됐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팀(트럼프 행정부)과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상당 부분이 누락됐다"며 "기사를 읽고 보니 이는 대통령과 우리 팀에 압도적으로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서사를 그리기 위한 일이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지보다 더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보좌관은 없다"며 "행정부 전체는 그녀의 꾸준한 리더십에 감사하며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주일대사는 와일스의 인터뷰를 처음 읽었을 때 "풍자인 줄 알았다"며 "재임 중인 비서실장이 이 정도 수준의 솔직한 인터뷰를 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밥을 먹을 땐 시식 담당자(food taster)를 데려가라"며 와일스 인터뷰의 정치적 위험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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