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청소년 덮쳐 오는 도박의 그림자, 밝은 미래 지켜낼 책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2801001492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6. 03. 18:00

김학관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
김학관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치안감)
'도스토옙스키 효과(Dostoevsky Effect)'라는 말이 있다. 소설 '죄와 벌'로 유명한 러시아 대문호의 이름을 딴 것인데, 뜻밖에 도스토옙스키는 평생을 도박 빚에 시달린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은 200명 이상의 도박중독자를 연구한 결과, 도박중독자가 되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 결론 짓고 이를 '도스토옙스키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도박 중독의 폐해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최근 도박에 빠져 드는 연령대가 10대 청소년으로까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올해 4월까지 검거된 도박 범죄 소년은 153명에 육박하며, '2023 아동청소년 도박문제 예방가이드(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는 청소년이 돈내기 게임을 시작한 평균 나이가 11.3세라고 밝혔다.

청소년의 불법 도박은 금품갈취 등 학교폭력, 인터넷 사기, 절도, 전화금융사기 등 2차 범죄로까지 연결된다.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액의 도박자금을 대신 입금해 주고 단기간 내 고리대를 요구하는 일명 '대리입금'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은 도박 범죄 척결을 '국민체감약속 5호'로 선정하고 강력한 단속과 함께 청소년 도박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학생과 학부모 대상 특별예방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상담 및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모든 청소년 문제가 그렇듯 도박 문제 역시 경찰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부모와 교사 등 주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관심을 가지고 징후를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다양한 이유를 들어 용돈을 더 요구하거나 친구들과 돈 거래가 많아지는 경우, 사주지 않은 물품을 자주 소지하고 있거나, 휴대전화, PC에 대한 집착이 심해질 때에는 도박을 하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이 도박의 유혹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거나 중독된 경우, 보호자가 이를 숨기는 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경찰과 관계부처, 의료기관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도제도, 도박예방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경찰은 전문가를 통해 도박 청소년의 재비행 위험성과 비행요인을 분석하는 한편, 도박 범죄에 특화된 연령별 선도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원거리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위해서는 도박예방 전문강사가 출장 교육도 진행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해 죄질이나 도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안이 경미하거나 초범인 도박 소년범은 선처하고, 필요한 경우 생활·의료·법률지원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연말 범정부 대응팀을 꾸리고, 단속·수사, 불법유통 콘텐츠 차단과 함께 법 제도 정비, 교육, 상담, 치료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올해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서도 '도박 극복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도박중독 문제 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을 조기 선도 교육으로 다시 정상의 길로 돌려놓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무이자 소명이다. '내 아이는 아니겠지' 혹은 '저러다 말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묵인하거나, 간과한다면 후회는 너무 늦고 이후의 대가는 크다.

국내 저명한 도박 중독 치료자인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에 따르면 '도박은 일상의 작은 행복을 앗아가는 불행이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이웃까지 끌고 들어가 다른 중독보다 더 무서운 병일 수 있다'라고 한다.

정부·학계·법조계 등 사회 전반의 촘촘한 안전망 구축과 관심이 더해질 때 청소년의 밝고 건강한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