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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아프리카는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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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6. 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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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지난 4일과 5일 서울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프리카 55개 국가 중 국제사회로부터 제재 중인 7개 국가를 제외한 48개국이 참가했다. 25개국은 국가원수가 직접 참가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번 행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과의 관계 정립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아프리카와 오래전부터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 가능한 모든 국가가 참여했다는 것은 한국에 대한 호감과 기대가 각별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서 회의를 준비해 온 결과물이다. 그간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 위상 구축을 위해 아프리카와의 전략적 협력 기반을 준비해 왔다. 이에 정부는 2022년 11월 '아프리카의 밤' 행사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계획을 처음으로 밝히고, 한국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준비해 왔다. 물론 이번 정상회의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늦었다. 하지만 우리만의 강점을 잘 살린 회의였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4일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사를 했다. 개회사에서 윤 대통령은 전략적 협력 기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 방향성은 한·아프리카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강한 연대다. 우선 한·아프리카의 동반성장을 위해 한국은 2030년까지 공적 개발원조(ODA) 규모를 1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한국 기업들의 무역과 투자 증진을 위해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수출 금융을 제공하며, 경제동반자협정(EPA)과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에서 정부 간 협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11개국과 12건의 무역투자와 광물 분야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아프리카 주요국과 '핵심광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확대' 등도 협의했다. MSP는 핵심광물분야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협의체다. 이 협의체에는 미국, 일본, EU 등이 참여해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핵심광물 대화'를 발족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경제안보망 구축 기반을 다졌다.
다음 한·아프리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아프리카의 인구경쟁력과 자원, 한국의 첨단기술과 경험의 결합, 한국의 '녹색 사다리'의 확장을 통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후변화 위기에 공동 대응 등을 협의했다. 그리고 한국이 아프리카의 평화와 안보 강화 노력에 적극 동참, 국제무대에서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 등의 연대도 협의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젊은 대륙 아프리카는 한국에 각별한 호감과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전전(戰前) 제국주의로부터 식민 지배를 당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전후 한국이 최악의 극빈 신생독립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부러움이 자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은 늦었지만 미래를 열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한국의 경제·정치발전의 경험이 이들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는 인구 14억명,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며, 인구 3분의 2가 25세 이하인 젊은 대륙이다. 또한 전기차 필수 원료인 코발트를 비롯한 세계 광물자원의 3분의 1이 매장된 자원의 보고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젊고 역동적이고 자원이 풍부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대륙이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한국에도 분명 매력적인 대륙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역과 투자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한·아프리카의 협력은 상생(win-win)의 기반 위에서 지속성이 담보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는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4강 외교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까지 외교 지평을 넓힐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아프리카는 120여 개도국이 뭉친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대륙이다. 아프리카는 국제사회의 변방이 아니라 유엔 회원국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표의 힘'을 보여주는 대륙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세계가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아프리카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조·협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전후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늘 원조의 대상이었다. 이제 아프리카는 외부 세계의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최적의 협상 파트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즉 한국은 신생독립국에서 전쟁을 딛고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한 국가이며, 유럽 중국처럼 우리나라가 자원 및 첨단광물을 약탈한 적도 없다. 이는 한국만이 가진 강점이자 차별성이다. 또한 한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간난시대(艱難時代) 극복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따라서 우리의 협력과 도움이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한·아프리카의 신뢰 기반의 발전이 가능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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