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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국민의힘, 변화와 혁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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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6.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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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
◇세계는 변화하는데 국내정치는 지체
대한민국은 건국 후 반세기 동안 격동과 혼란의 와중에서도 세계인의 관심과 탄성을 불러일으킨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21세기가 되고도 사반세기가 지나고 있는 지금, 세계적 변화에는 가속도가 붙은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혼돈과 지체의 늪에서 완전히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세계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무가내식 국내정치가 국가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변화의 물결 가로막는 1인 지배 정당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 전체사회의 리셋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계적으로 정착된 제도라고 할지라도 그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 지성들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의 주역이라며, 온갖 보상을 독차지했던 운동권세대가 자유민주주의 품격을 격하시키고 있고, 의회독재가 공동체 기반의 자유 광장을 대체하는 중이다. 의회를 통한 정치적 교섭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1인 지배정당에 가로막히게 되면 우리 사회에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제대로 흐를 수 없다.
이에 원내 소수정당 국민의힘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국가전진의 역사적 역할을 담지할 유일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이후부터의 무기력함을 떨쳐버리고 7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번 총선 결과는 중간고사 성적표와 같다. 패배로 인한 열패감을 극복하고, 패배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다가 올 선거에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국민의힘'은 국회 제1당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조직력, 자금력, 미디어 장악력, 시민단체 동원력 등에서 형편없는 열세였다. 이 오답 노트를 가지고 다가올 큰 선거들에 대비하여야 한다.


◇팀플레이 하는 야당 경선, 본선보다 더 치열한 국민의힘 경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표경선에 나온 각 후보들은 다음 대선에 나가도 될 충분한 자질을 갖춘 분들이다. 귀한 자원들을 아껴야 큰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아주 오랜 기간 경선을 통해 중요한 선거후보를 선출한 전통을 갖고 있었다. 적어도 2017년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선토론에서 후보들은 상대후보에 대한 약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상대당 후보의 문제점을 공격하면서 "내가 상대당과 더 잘 싸울 수 있는 후보"임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이에 비하여 국민의힘에서는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경선 때부터 자당(自黨)의 가장 유력한 후보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본선에 내보내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었다. 지금 국민의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108명의 의원을 비롯한 전체 당원이 일치단결하여야만 위기 국면에 대처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번 대표경선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에서 각 플레이어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통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지만, 각 후보가 각자의 입장에서, 이기든 지든 개인과 당에 득이 되는 플레이를 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원희룡 대표의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은 그러한 전체를 아우르고 또 긴 호흡으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플레이였다고 본다.

결론은 예단할 수 없지만, 이미 당심과 민심은 많이 정해져 있는 상태이다. 국민과 언론, 대학교수들마저도 주요 범죄혐의자들을 옹위하고 변호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도착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당내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중지하고 본인의 전투력을 부각시켜야 아직 지원할 후보를 정하지 않은 국민과 당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한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여당이란 대통령과 함께하는 당을 의미한다. '국민의힘' 대표로 나선 네 후보 중에서 "한동훈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당을 떠날 것이다"와 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 가지고도 우리나라가 위기 속에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냈다. 경제위기, 안보위기,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복합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야당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 한하여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한 헌법규정을 무시하고 아무 때나 탄핵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국가신인도를 심대하게 낮추는 행위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야말로 본인의 어깨에 걸려 있는 국가보위와 복합위기 극복의 사명을 누구보다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당대표 자리는 국가의 앞날에 대한, 국민의 생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다. 이에 대표경선 과정에도 후보자들이 상호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국민의힘, 자기 혁신으로 변혁의 주체가 돼야
이번 전당대회야말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난제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과 설득의 장이 되어야 한다.

후보자 개개인의 국가경영의 안목이 얼마나 넓은지,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조감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당원과 국민들이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토론장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당리당략을 앞세움으로써 나라 발전과 안보의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는 이 나라 대의민주주의가 시대에 맞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 스스로가 변화하고 혁신함으로써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야 한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공격하는 것은 하수(下手)다. 각각의 후보와 캠프들이 당을 위해, 또 국민을 위해 버리고 갈 수 없는 자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치열한 토론과 경쟁을 하되, 건설적인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개개인과 당의 비전을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당의 저력을, 매력을 드러내려면 국민의 요구에 보다 정확하게 반응하면서 이미 정치에 지친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다 세련되게 접근해야 한다.

변화를 원한다면, 잘못된 것, 부족한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크게 국민들의 열망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보수 정체성을 확립할 때다.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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