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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거래소 체제는 단순히 2개의 거래소라는 양적 변화를 넘어서 거래시간 확대, 신규 호가 도입 등 질적 변화까지 이뤄냈다. 기존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앞뒤로 프리·에프터 마켓이 열려 거래 가능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으로 늘어나고, KRX 대비 저렴한 수수료로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투자자 편익을 도모했다. 기존 호가 방식 외 추가된 '중간가 호가'와 '스톱지정가 호가' 등은 투자자 선택폭까지 넓혔다.
출범 초반에는 코스피 5종목, 코스닥 5종목 등 10개 종목 거래에 그치지만 한 달 뒤에는 800개까지 거래할 수 있다. 이날 기준 KRX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이 코스피 961개, 코스닥 1791개 등 2800여개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 채 못 되지만 향후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까지 늘어나면 유동성 증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9월 대체거래소 전체 시장 참여 증권사가 총 32곳으로 확대될 경우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넥스트레이드 측은 투자자에게 더 좋은 투자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고 자평하며 향후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유동성 개선으로 증시 저변이 확대돼 밸류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기치 못한 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ATS는 KRX의 시장조치 기준을 따르는 만큼 큰 혼란이 생기지는 않더라도, 시스템 오류나 이로 인한 착오 주문 등으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면 시장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TS 도입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NXT는 2023년 7월 ATS 예비인가를 획득한 이후 약 1년 반만인 지난 2월 5일 본인가를 받았다. 본인가와 영업개시일 사이의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을 도입해 각사의 시스템과 연계했지만, 사실상 테스트 기간이 짧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전체 시장 참여 시기를 늦춘 상태다. 여기에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들마저 출범 이후 운영상황과 당국의 충분한 모니터링이 완료된 시점에서 전체 시장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혹시 모를 오류 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규시장 외 거래 시간에 민원을 처리할 상담 인력도 역부족인 상태다. 리테일 강화 차원에서 추진한 신규 시장 참여가 도리어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돌발 상황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만큼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다. 투자자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ATS 제도가 오히려 자본시장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증권사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