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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학 날릴뻔”…정부지원 일경험 사업에 가짜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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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5. 22. 15:11

정부지원 산인공 해외일경험 사업에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 채용공고
대한축협 "산하단체 아냐"
부실한 '필터링'…"가짜 협회에 시간과 돈 날릴뻔"
산인공
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일경험 지원사업(WELL)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와 '재베트남 대한체육회' 채용 공고/캡쳐 갈무리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여름 방학을 앞두고 인턴을 찾던 대학생 A씨(25). 해외 취업도 염두에 두고 있는 A씨는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의 해외 일경험 지원사업(WELL)프로그램에 올라온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 경영기획 사무원' 모집 공고를 보게됐다. 지원을 준비하던 중 A씨는 학교 선배로부터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좀 더 알아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들었다. A씨는 본지에 "그래도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는데 '설마…' 싶었다"고 했다.

산인공의 해외 일경험 지원사업(WELL)은 "우리 청년들에게 해외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여 글로벌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에서 50만원의 지원금과 월 150만원의 체재비를 지원한다. 왕복항공료·비자발급비와 보험료 등은 지원하는 청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방학기간 2개월 동안 근무하는 해당 공고에는 총 350만원의 정부지원금이 나온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올라온 베트남 채용 공고에는 코엑스·롯데호텔·롯데케미칼·미래에셋 등 한국 기업들의 공고가 함께 포함됐다. A씨가 본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국문명으로도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라 명시했고, 단체 로고 역시 대한축구협회의 로고를 그대로 쓰고 로고 아래 영문단체명만 KFA에서 KVFA로 바꿨다.

A씨는 "로고도 그렇고 지원공고에도 대한축구협회라고 명시돼 있으니 당연히 대한축구협회의 베트남 지부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해당 공고를 보고 지원을 준비하던 대학생 B씨 역시 "같이 지원을 준비하던 친구나 부모님, 주변 모두가 당연히 대한축구협회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단체가 대한축구협회의 정식 해외단체가 아니란 점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국내 시·도 축구협회를 산하에 두긴 하지만 해외 산하 단체는 없다. 협회에 소속된 정식 해외단체가 아니고 처음 듣는다"며 "해당 로고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인 글로벌취업센터는 "채용 공고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사업자등록증 등 (사업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올라간 것"이라며 "사업자등록증, 요청 서류 등을 토대로 검토해서 베트남 정부에 등록이 돼 있는 업체만이 (공고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트남 외교부 관계자는 본지에 "한국 대한축구협회 산하단체라거나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라는 단체에 대해 등록증(허가증)이 발급된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산하 해외단체인 재베트남 대한체육회 관계자 역시 "산하에 재베트남 축구협회가 정회원 단체로 있지만 해당 단체가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정식 법적 지위를 획득 했는지 여부는 따로 확인한 바 없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대상 모임에 법적 지위를 주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문제의 채용공고에 올라온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의 주소지는 '재베트남 축구협회' 사무총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모씨의 업체로 파악됐다. 세무당국에는 컨설팅과 가정용품·봉제 도매업으로 신고돼 있다.

A씨는 "선배의 만류로 지원을 하진 않았지만 선정돼서 일을 하게 됐더라도 그런 가짜 협회에서 일한 것이 제대로 된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싶다. 자칫 방학과 돈 모두 날릴 뻔했다"며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는 사업이 이렇게 허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 측은 "운영기관이 공단에 제출한 운영기관과 참여업체(기업) 간 협약서에는 '재베트남 대한축구협회(◇◇그룹)'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룹은 김모씨의 업체다. 심사과정에서 협회의 실체 파악보다는 ◇◇그룹의 사업자등록증 등만이 검토된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참여했던 업체고, 참가 청년의 활동 일지 등에도 문제가 없어 올해도 진행을 했던 것"이라며 "재검토 결과 참가하는 청년들이 대한축구협회 관련 기관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기업명으로 채용 공고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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