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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 지분 늘려온 서경배…아모레 후계구도 서호정으로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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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07. 10. 17:50

서호정, 오설록 입사… 본격 경영 수업
장녀 2년여 휴직 탓 경영 전면에 나서
4년뒤 전환우선주 12.77% 보유도 유리
아모레 "경영권 승계 정해진 바 없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후계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달 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차녀 서호정씨(30)가 계열사 '오설록'에 입사하면서다.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장녀 서민정씨가 2년 전 돌연 휴직계를 제출한 이후 좀처럼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서 회장의 의중이 차녀로 굳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호정씨는 본격적인 실무에 나서며 경영수업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차녀 서호정씨는 이달 초 그룹의 차(茶) 전문 브랜드 '오설록' PD(상품개발)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1995년생인 서씨는 2018년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졸업 이후 약 7년간 외부 활동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입사로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서씨의 현재 오설록 내 직위는 '일반사원'으로, 상품 기획 및 마케팅 등 실무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설록은 그룹 내 비화장품 계열사 중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오설록의 매출은 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2억원으로 69%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주력 계열사에 앞서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한 단계적 행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창업주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서성환 선대회장은 1979년 국내 차 문화 보급이 정착하지 않은 시절, 대중화를 위해 제주도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면서 오설록을 시작했다. 서경배 회장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차 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그 뒤를 서호정씨가 잇는 셈이다. 상징성이 크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서호정씨는 호텔경영 전공으로 연관된 계열사에 입사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경영승계와 관련 있는 지주사 지분율을 보면 서민정씨와 서호정씨는 엇비슷하다. 아모레그룹은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가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이니스프리, 에뛰드, 오설록 등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한마디로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지분율에 따라 승계가 갈릴 수 있다.

올 6월 기준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서경배 회장으로 지분율은 48.66%다. 장녀 서민정씨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2.75%이며, 서호정씨는 2.55%다. 두 사람의 지분율 격차는 0.20%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호정씨가 보유한 우선주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는 전환우선주다. 서 회장이 장녀 서민정씨의 이혼 이후 2023년 차녀인 서호정씨에게 우선주 172만8000주를 증여하면서 서호정씨의 우선주 지분율은 12.77%다. 서민정씨는 1.04%다. 당시 이에 대해 세간에서는 장녀에게 실망한 서 회장이 후계자를 차녀로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서호정씨가 그룹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섰다는 말이 나돈다. 시장에서는 서 회장의 마음이 차녀에게로 기울었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혔다.

물론 서 회장의 지주사 지분 48.66%가 누구에게로 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시간적 여유는 많다. 서경배 회장은 1963년생으로 한창 경영활동을 펼칠 나이이기에 당장 승계가 급하지는 않다. 재계에서는 향후 서호정씨의 경영성과와 그룹 내 역할 확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사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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